148조원 부자가 MBA 학생에 남긴 투자 조언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05.06 05:52

버핏 워너비를 위한 워런 버핏 이야기⑤

편집자주 |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지난주에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1998년 플로리다 대학에서 MBA 학생들에게 한 인생 조언을 살펴봤습니다. 이날 강연은 학생들의 질문에 버핏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고 학생들은 주식 투자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버핏은 경제적 해자(moat), 능력범위, 사실수집 기법 등 주식 투자에 관한 조언을 아낌없이 나눠줬는데요, 버핏의 답변은 지금 봐도 하나하나가 명언입니다. 자산이 1121억달러(약 148조원)에 달하는 버핏이 한 말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회사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먼저 버핏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회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이 기준으로 90%를 거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버핏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수없이 많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이해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세상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있고 대부분의 회사는 상장기업이라서 모든 미국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대상을 좁히는 게 타당하다고 정리합니다. 참고로 2022년말 기준, 미국에 상장된 기업 수는 6300개사가 넘습니다.

이때 버핏은 단상에 있는 콜라 캔을 들고서 "나뿐 아니라 누구나 이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며 1886년 탄생한 코카콜라는 간단한 사업이지만, 쉬운 사업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말을 이어갑니다.

/사진=센테 코퍼레이션
"나는 해자(moat)로 둘러싸여 있는 사업을 원합니다. 중간에는 매우 가치있는 성이 있고 매우 정직할 뿐 아니라 근면하고 능력있는 공작이 이 성을 지키고 있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경제적 해자가 될 수 있는데, 자동차 보험사인 가이코(Geico)는 '싼 가격'이 해자입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차량마다 자동차보험을 가입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자동차보험을 가입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비스는 엇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용을 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이코는 저렴한 비용에 보험을 제공하면서 이걸 '해자'로 삼고 있습니다.

버핏은 다른 보험사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걸 해자에 상어를 풀어놓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그리고 멋진 성을 가지고 있으면 항상 사람들이 성을 공격하고 뺏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릴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해자를 넓혀야 한다(또는 상어를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그 유명한 버핏의 경제적 해자입니다. 버핏이 비유를 곁들여 설명해주니까 좀 더 이해가 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능력범위와 '사실수집' 기법


버핏은 만약 어떤 사람이 특정 사업에 대해서 즉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모른다면 한 달이나 두 달을 주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게 무엇이고 모르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알 정도의 배경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데요, 버핏은 이걸 우리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정의하는 일로 규정했습니다.

네, 바로 버핏과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능력범위입니다.

버핏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능력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능력범위가 얼마나 큰 지가 아니라 능력범위 안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1000여개의 회사가 상장되어 있는데, 그중 30개 회사만 능력범위 안에 포함돼도 충분합니다.

버핏은 다른 자료를 많이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들 회사의 사업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버핏이 젊을 때 비즈니스를 공부하던 팁을 하나 알려줍니다.

바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쓴 필립 피셔한테 배운 '사실 수집(Scuttlebutt approach)' 기법입니다. 버핏은 어떤 산업에 대해 알고자 할 때마다 고객, 공급업체, 퇴직한 근로자 등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서 사실(정보)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석탄산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버핏은 모든 석탄회사에 찾아가서 최고경영자(CEO)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볼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당신 회사 말고 석탄 회사 한 곳의 주식을 사야 한다면 어느 회사 주식을 살 건가요? 이유는 뭔가요?"

이렇게 해서 모은 정보를 취합하면 석탄산업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히 경쟁업체에 대해 물어보면 아주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버핏은 이야기합니다.

"만약 한 발의 '은제탄환(Silver Bullet)'으로 경쟁업체 한 곳을 없앨 수 있다면 어느 업체이며 왜인가요?" 이 질문이면 석탄산업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문제는 버핏은 CEO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우리는 CEO를 만나기 어렵다는 건데요. 그래도 소비자, 공급업체한테서 쓸 만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핏은 이 방법으로 산업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며 장점은 한번 제대로 이해하면 새로운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40년 전에 리글리의 껌 사업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지금도 리글리의 사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안한 '부작위(omission)'가 가장 큰 실수


버핏도 실수를 저질렀을 까요? 버핏은 그간 저지른 실수를 묻는 질문에, 실수 목록이 끝도 없는 것마냥 "시간이 얼마나 있나요?"라고 되묻습니다.

버핏은 자신과 찰리 멍거 부회장의 가장 큰 실수는 충분히 알고 있어서 할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고 손가락만 빨았던 부작위(omission)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버핏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았을 기회가 아니라 헬스케어 주식처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투자해야 마땅했던 기회에서요.

버핏은 1980년대 중반 모기지업체인 패니매(Fannie Mae)에서도 돈을 벌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합니다. 최소 10억달러 아니, 수십억달러짜리 실수라고 이야기하면서요.

그리고 버핏은 자신이 손 안에 현금을 많이 쥐고 있을 때 실수를 저지른다며 이럴 때 찰리 멍거는 버핏한테 "사무실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차라리 바(Bar)에 가라"고 말한다고 고백합니다. 버핏은 그래도 사무실에서 머물다가 결국 손에 있는 돈으로 멍청한 행동을 한다며 유에스에어(USAir) 우선주도 그래서 샀다고 셀프 디스를 합니다.

재밌는 건 그 다음입니다. 버핏은 이제는 항공사 주식을 사고 싶을 때마다 800번으로 시작되는 무료전화에 전화를 걸어 "저는 워런 버핏이고, 항공 주식에 중독됐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전화를 끊지 말고 계속 얘기하세요. 경솔한 행동을 하지 마세요!"라고 버핏을 진정시킨다고 하네요. 참, 버핏은 말을 재치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버핏은 실수에서 배울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해하는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데요. 특히 다른 사람이 팁을 줬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난 투자를 하는 것은 실수라고 강조합니다.

오늘도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이제 마지막입니다. 버핏은 우리가 투자 결정을 할 때는 거울을 바라보면서 "나는 제너럴 모터스 100주를 55달러에 살려고 해. 왜냐하면……"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만약 이유를 댈 수 없다면 주식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누군가 칵테일 파티에서 이 주식에 대해 말해줬기 때문에 또는 거래량이 늘었거나 주가 차트가 좋아 보이기 때문에 사려고 한다면 그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버핏은 말합니다. 반드시 그 사업을 사려는 이유가 있어야 하며, 바로 이게 벤저민 그레이엄이 자신에게 가르쳐 준 것이라며 버핏은 말을 끝맺습니다. 주식을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사업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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