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겠어요?"…비행기도 못 뜨는 폭우·강풍 속 전기차 '차박'

머니투데이 제주=정한결 기자 | 2023.05.06 07:00
지난 3일 제주 애월 녹고뫼 캠핑장에서 차박을 위해 쉘터(텐트)와 차량을 연결한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오늘 비바람이 몰아쳐서 텐트가 위험할 수 있어요. 괜찮겠어요?"

지난 3일 오후 제주 애월 녹고뫼 캠핌장. SK렌터카의 '제주지역 전기차 차박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예약한 차박용 쉘터(텐트)에 차를 대자 캠핑장 관계자가 다가와 경고했다. 제주 일대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지자 우려를 전한 것이다. 트렁크를 열고 텐트와 연결하자, 오름 자락에 캠핑장이 위치한 까닭인지 위가 아닌 옆에서 천둥소리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비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자석과 벽돌 등으로 텐트를 차에 고정하는 사이 텐트 밖에는 웅덩이가 크게 고이기 시작했다.

SK렌터카의 차박 서비스는 차부터 캠핑 장소와 캠핑물품 등을 한 번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렌터카를 대여한 뒤 약 1만원을 추가하면 캠핑장 차박 자리와 사전 설치된 텐트, 온열 매트, 침낭, 전기 그릴, 각종 식기류 등을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제주는 섬이라 배를 이용하지 않는 한 부피가 크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각종 캠핑 장비를 들고 오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이용자가 요리할 음식만 구비하면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날도 별도의 캠핑 준비 없이 음식만 사전에 구비했는데, 거센 비바람에도 실내는 쾌적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특히 전기차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기차는 캠핑에 특화돼있다. 내연기관차는 주차 중 5분 이상 히터·에어컨을 켜기 위해 시동을 켜는 것이 불법이지만, 전기차는 시동을 끄더라도 공조장치와 스피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비를 흠뻑 맞고 텐트 안에 들어서자 전기차가 차박에 가진 강점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텐트를 고정하는 사이 켜놓은 자동차 히터가 차량과 텐트 내 공기를 데우면서 빠르게 따뜻해졌다. 지난 3~4일 밤새 163㎜의 폭우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들이닥쳤음에도 차량 내부는 오히려 더웠다. 비가 천장을 두드리는 소리와 텐트가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 소리에 새벽에 잠을 한 번 깼을 뿐이다.

전기차라 식사·숙박에 필요한 취사도구와 전열기구 등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전기를 다른 곳에서 끌어오거나, 별도의 배터리나 발전기가 필요하지 않다. 차량에 위치한 220볼트 콘센트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이날 사용한 차량은 제네시스 eGV70이었는데, 트렁크 오른쪽 하단에 콘센트가 있었다. 캠핑장에서 제공한 전선릴을 차량에 연결하고 멀티탭처럼 사용했다. 노트북·핸드폰을 충전하며, 식사를 위해 전기 그릴로 삼겹살을 굽고, 라면도 끓였다. 우려와 달리 차량 배터리가 급격히 줄지는 않았다. 이날 차박 시작 당시 배터리는 63%로, 14시간 가까이 전력을 소모한 결과 30%로 줄어들었다.

/사진=정한결 기자.
차박 서비스는 SK렌터카가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사업의 일환이다. SK렌터카는 그동안 제주를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해왔다. 오는 2030년까지 보유한 21만대 차량 모두를 친환경차로 바꿀 계획인데, 우선 2025년까지 총 3000대의 제주 차량을 전부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7200kW 규모의 충전 설비를 구축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카페와 충전시설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 '에코라운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차박 서비스도 같은 선상에 있다. 실제로 해당 서비스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차박 자리만 당초 하루에 4만원, 각종 용품 등은 10여만원이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솔직히 마진이 남는 사업은 아니"라며 "차박을 하고 싶어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부담 없이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에코라운지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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