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제주본부. 아이오닉5 차량이 헛바퀴를 돌면서 모터 소리를 키웠다. 전기차 주행재현장비를 통해 정차 상태에서도 실제 주행처럼 정밀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김우중 생기원 연구원은 "해당 차량은 현재까지 2만5000㎞를 달렸다"며 "주행 데이터를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가 4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등록차량의 1.6%로, 보급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리콜 대수는 누적 20만대에 달할 정도로 결함도 많다. 특히 전기차는 대다수가 5년 미만 차량이다. 차량이 노후화되면서 어떻게 고장이 나는지 알기도 어려운 데다가, 보급 속도에 비해 정비업체가 부족하다.
실제로 생기원이 전기차 보급률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제주도의 전기차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정비부문 만족도는 60%에 그쳤다. 운행비 절감(98%), 배터리 성능(79%), 1회 충전거리(78%), 심지어 충전 불편(67%)보다 낮았다. 제주 렌터카업체들이 전기차 정비에서 어려움을 겪고 폐업하면서 6000만원짜리 전기차가 20만원에 경매에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기원 산하 전기차진단기술센터의 홍영선 센터장은 "보급을 의욕적으로 하다보니까 리콜도 많다"며 "모터·배터리 순으로 고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진단기술센터는 이를 위해 각종 장비 및 전기차 고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정비기술 보급 및 기업지원 등 통합 유지보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주행재현장비를 비롯해 배터리 모듈·팩 성능평가 시스템, 실주행 전기차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실험용 전기차, 내폭형 환경챔버, 안전성 및 신뢰성 평가 장비 등 총 29종의 장비를 동원한다.
아직 유의미한 고장이나 화재 사례는 없다. 냉각수 부족이나 브레이크 패드 마모 등 간단한 정비에 그쳤다. 결국 일부러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 연구원은 "신차를 노후화하고, 고장부품을 장착한 전기차를 운영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손상되거나 고장난 배터리 모듈을 장착했음에도 전기차가 어떻게 구동을 하는지 그 과정을 전부 분석하기 위함이다.
최종적으로 고장예지 및 건전성 관리기술(PHM)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센터는 이미 전기차 및 주요 전장품의 노후화 평가·분석기술, 샤시다이나모를 활용한 차량의 고장 및 이상감지 기술, 배터리 싸이클러를 활용한 수명진단 기술 등을 개발했다. 홍 센터장은 "센터가 확보한 전기차 생애주기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향후 수소전기차 주요부품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등 미래자동차 산업구조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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