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진료·수납까지 원장님 혼자 '1인 3역'…부분파업 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3.05.03 18:32
3일 오후 서울 암사동에 위치한 정소아과의원에서 정준교 원장이 접수대에서 진료비 수납을 진행하고 있다. 이 날 병원의 간호조무사 2명 중 한 명은 휴가를, 나머지 한 명은 연가를 쓰고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사진=박정렬 기자

"간호법 반대 투쟁 때문에 간호조무사가 자리를 비워서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오시려면 서둘러주세요."

3일 오후 5시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정소아과의원에서 정준교 원장은 접수, 진료, 수납의 '1인 3역'을 도맡고 있었다. 간호조무사 2명 중 1명은 휴가를 냈고, 나머지 1명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 참석을 위해 연가를 썼다. 이 간호조무사는 "협회 연락을 받고 처음으로 집회 참여를 결정했다"며 오후 4시 30분이 되자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강동구의사회장인 정 원장은 지난 3월부터 간호법 반대를 위한 회의와 집회에 꾸준히 참석해왔다. 보건복지 의료연대가 추진하는 부분 파업(연가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진료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 영유아건강검진을 다른 날로 안내하는 등 환자 수를 미리 조절했다. 신규 환자를 등록하는 법부터 카드·제로페이 등 지불방식에 따른 수납도 배웠다. 그의 진료실 책상 위에는 간호조무사로부터 배운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정준교 원장 책상에 접수, 수납방법이 적힌 메모장이 붙어 있다. /사진=박정렬 기자

병원에는 5~10분마다 한 명꼴로 환자가 들어왔다. 대부분 감기 등 감염병 환자였다. 그때마다 정 원장은 진료실과 접수대를 오가며 진료와 수납을 진행했다. 틈틈이 걸려 오는 문의 전화를 받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대부분 한 번 이상 병원을 방문했던 환자라 다행히 진료 시간이 크게 지체되진 않았다. 보호자들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 원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해 독감,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유행해 감염병 환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며 "나도 연가 투쟁에 참여할까 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 병원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아과의원에 걸린 달력에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부분·총파업 등 투쟁 로드맵에 맞춰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사진=박정렬 기자

정 원장은 오는 11일 부분 파업에도 간호조무사를 참석시킬 예정이다. 지역 의사회 소속 회원들에게도 문자나 SNS 등을 통해 단체행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오는 17일 총파업이 실제 시행되면 환자는 물론 병원도 불편과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라며 "그 전에 정부가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직역의 의견을 듣고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은 3000여명,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연가를 쓰고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간무협은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학력을 제한하는 한국판 카스트제도이자 '위헌적 신분제법'"이라며 "1차 연가 투쟁을 시작으로, 2차 연가 투쟁, 나아가 전면 연대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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