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가능성 예측, AI로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 | 2023.05.03 10:45

[박선춘의 여의도 빅데이터]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
피스컬노트(FiscalNote). 전 세계의 모든 법과 규정을 디지털 플랫폼에 담겠다는 야심 찬 기업이다. 지난해 8월에는 1.5조원의 밸류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스타기업이다 피스컬노트가 리걸테크(Legal Tech)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계기는 인공지능(AI)으로 미국 연방의회에 제출된 법안의 통과가능성을 90~94%의 정확도로 예측하면서부터다.

기존 GRM(정부 위험관리) 기업은 단순히 법안의 세부 정보만 정리해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피스컬노트는 법안을 심사하는 의원들의 성향과 과거 투표 이력까지 분석해 법안 통과 가능성을 예측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걸테크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법안 통과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까
논의에 앞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법안 통과율 등을 먼저 비교해보자. 우선, 양국의 연간 법안 발의건수를 보면 미국은 연평균(2015~2019년) 5,899건, 우리나라는 연평균(2016~2020년) 6,035건이다. 우리나라가 법안 발의건수로 세계에서 1위, 미국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내각제국가인 일본은 연평균 202건, 독일은 151건에 불과하다. 법안 통과율을 보면, 같은 기간 미국은 12.0%, 우리나라는 31.6%이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의 통과가능성을 AI로 예측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미국보다 더 정확하게 통과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1) 실제로 국내의 한 기업은 95% 수준의 정확도로 법안의 통과가능성을 예측하고 SWOT 분석도 수행하는 AI 알고리즘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법안 통과가능성 예측, 필요할까
인공지능을 활용한 법안 통과 가능성 예측은 다양한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은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에 기반해 향상된 예측을 제공할 수 있어 기업, 기관 등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안이 통과가능성이 낮을 경우, 해당 법안을 개선하거나 다른 전략을 도모할 수 있다.

법안의 통과가능성을 예측해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타다금지법’ 사례와 같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시장전략을 넘어 생존 자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율 등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제21대 국회에서 300명 국회의원이 발의한 전체 법안을 대상으로 법안 통과율을 분석해보았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전체 법안 19,124건 중 24.5%인 4,683건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회의를 통과한 4,683건 중 원안가결은 272건에 불과했고, 수정가결 632건, 수정안반영폐기 218건이고, 대안반영폐기가 3,56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제 국회의원 개개인별로 데이터를 분석해보았다. 먼저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을 살펴보면, 민형배 의원이 277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윤준병 의원 246건, 이수진 의원 203건, 이종성 의원 174건, 정청래 의원 170건, 송옥주 의원 154건 순으로 많았다.

법안 통과율로 분석해보면, 안호영 의원이 59건 발의 대비 통과 36건으로 61%의 법안 통과율로 가장 높은 통과율을 보였다.2) 다음으로 고용진 의원이 58%(55건 대비 32건 통과), 추경호 의원이 55%(101건 대비 56건 통과), 최인호 의원이 54%(54건 대비 29건 통과), 김상훈 의원이 51%(68건 대비 35건)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법안은 그 자체가 리스크(Risk) 요인, AI로 대응해야
존 로크는 “법률은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사회의 매개체”라고 말했다. 법률은 본질적으로 사회질서의 근간이자 권리와 의무를 규율하는 규칙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연간 6,000건 이상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그중 2,000건 가량이 통과한다면,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 요인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단연 최고가 아닐까 한다.

더구나 법률의 하위 법규인 시행령, 시행규칙, 행정법규 및 자치법규까지 포함한다면 1년에 수만 건의 법령이 변동을 하는 셈이다. 1년에 수만 건, 하루에도 수백 건의 법령이 변동을 한다면 이들 법령을 추적하고 분석, 평가해 적정하게 대응하는 것은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많은 법령과 규제의 변동을 추적하고 분석하며 예측하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1) 필자는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2025~2018년)한 경험이 있으며, 1996~2021년까지 국회 공무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2) 통계의 신뢰성을 위해 50건 이상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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