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선언한 한일 양국 '협의체 복원'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일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의를 거쳐 세부 협력 사업이 도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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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양국 관계 새로운 전기 맞아"━
한일 재무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다양한 국제 및 역내 이슈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공조가 중요하고 이를 더욱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추 부총리는 한일 재무당국 간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이 조속히 완료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복원 시점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추 부총리는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번갈아 방문) 외교가 복원됐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G7 재무장관회의에 일본이 한국을 초청하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을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수출규제 정상화, 항공편 증편, 산업계 교류 재개 등 양국 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항공편 추가 증편, 고교생·유학생 등 미래세대 교류 확대 등을 통한 양국 인적 교류 회복, 민간·정부 차원의 대화채널 복원·확대를 보다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양자·우주·바이오 등 신산업, 글로벌 수주시장 공동 진출, 저출산 고령화·기후변화 등 미래 대응과 같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민간·정부 차원의 파트너십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즈키 장관은 "한일 양국은 세계 경제와 지역 및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특히 그중에서도 지정학적인 과제인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입장으로 한일 양국이 협력해 나가며 함께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추 부총리가 말한 인적 교류, 과학적 기술 과제 협력 (문제)도 있다"며 "한일 간 많은 교류, 특히 재무당국 간 교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일 양국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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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재무장관 '7년 만의 만남'...한중일 3국 "협력 강화"━
이번 회담이 성사된 계기는 3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이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셔틀 정상 외교를 12년 만에 복원했다. 이후 양국 재무당국은 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 협상을 벌여왔고 지난달 추 부총리와 스즈키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나 회담 재개를 결정했다.
이날 추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회의장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스즈키 재무장관은 "제 생일이기도 했던 지난달 13일 워싱턴 D.C.에서 (추 부총리와) 천천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회담 성사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양국 경제 협력 재개의 신호탄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하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1년 시작된 한일 통화스와프는 양국 관계 악화로 2015년 완전히 중단됐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관련 사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한일 양국 간 세부 경제 협력 방안은 조만간 한국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 연내 열기로 약속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일본을 넘어 한·중·일 3국 간 경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국의 중국 대상 수출 비중이 점차 줄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협력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주요 대상 국가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중국이 95억2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5% 줄었다. 수출액 규모별로 볼 때 중국에 이어 미국(91억8000만달러), 아세안(83억달러), EU(60억9000만달러) 순으로 많은 수출이 이뤄졌다.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회의에서 3국 간 교역 등 경제관계가 느슨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경제 회복을 위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팬데믹 종식과 리오프닝 등의 새로운 전환기에 3국이 관광·인력·문화 교류 등 경제·민생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해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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