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라스틱 만드는 기업도 "일단 안 써야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3.05.03 04:07
프랑스 파리의 한 마트 방울토마토 포장(왼쪽)과 한국 대형마트의 포장/사진=최경민 기자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는 게 최우선입니다. 일단 좀 안 써야죠."

지난 2월부터 석유·화학 분야 취재를 시작하며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였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업체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하다니.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이 말뜻을 이해하려면 최근 플라스틱 산업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만들어 폐기하는 수평적인 구조의 산업은 사라지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해중합,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열분해 등을 통해 다시 사용하는 순환경제가 업계의 표준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폐플라스틱도 '자원'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일정 수준의 폐플라스틱 사용을 강제하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도 한몫한다.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선진국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재활용을 거치지 않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을 아예 사지 않는 풍조가 번지고 있다"며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순환경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순환경제 속에서 자원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이 많을수록 기업들에 좋은 게 아닐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수거·선별 능력을 훨씬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국내에서만 연 96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됐고, 이 중 24%인 230만톤만 재활용됐다. 나머지 76%에 달하는 730만톤이 소각·매립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문화의 확산 등으로 폐플라스틱 발생은 이제 연 1000만톤을 넘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 사용량은 순환경제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고백을 석유·화학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수거·선별 능력의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무엇보다 폐플라스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어려운 일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과일·채소에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프랑스의 경우 과일·채소의 약 37%를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채 판매해왔었는데, 이 법을 통해 연간 10억점 이상의 폐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시장과 마트로 눈을 돌려보면 여전히 불필요한 과대 플라스틱 포장이 난무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조치를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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