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비웃는데…디즈니와 싸움 붙은 美공화당 정치인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3.04.28 06:07
동성애 이념 대립으로 시작된 미국 엔터테인먼트 공룡 디즈니와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갈등이 법정으로 옮겨붙었다. 디즈니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반대된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기업에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날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플로리다 주정부 관리들이 계약 보호, 법률에 따른 적법 절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수정헌법 제1조 권리 등 여러 가지 연방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디즈니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조율 아래 정확하게 디즈니를 겨냥한 정부의 보복으로 디즈니 사업이 위협받고 지역의 경제적 미래마저 위태로워졌다"면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민간 기업에 보복하기 위해 정부 권한을 무기화하려는 활동을 저지하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동성애 이념 대립'으로 시작된 갈등…


이번 소송은 약 1년 동안 이어진 디즈니와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갈등이 극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로리다 주정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성에 관한 교육과 토론을 금지하는 이른바 '게이 언급 금지법'이 발단이 됐다.

보수 단체는 지지했지만 성소수자와 인권단체에선 항의가 빗발쳤다. 처음엔 침묵을 지키던 디즈니는 목소리를 내라는 직원들의 요구 속에 논쟁에 뛰어들기로 결정, 밥 체이팩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여러 차례 공개 비판에 나섰다.

지난 수년 동안 디즈니는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을 적극 벌여왔다. 애니메이션에 동성애 코드 장면을 집어넣거나 디즈니월드 불꽃놀이에서 '신사 숙녀 여러분, 소년 소녀 여러분'이라는 인사말 대신 '꿈을 꾸는 모든 여러분' 같은 성 중립적 표현을 쓴 게 그 예다.

하지만 텃밭에서 벌어진 디즈니의 저항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발끈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디즈니가 싸움을 원한다면 상대를 잘못 선택한 것"이라며 강력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디즈니월드가 약 2만5000에이커(약 3000만평)에 달하는 토지, 이른바 리디크리크 특별 지구에서 갖고 있던 자치권을 겨냥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에 투자하는 것을 대가로 1967년부터 특별 지구 지위를 부여받아 세금을 감면받고 토지 개발, 행정 등에 자치권을 행사했는데 특별 지구 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특별 지구 지위를 박탈할 경우 10억달러 채무로 인한 증세나 주변 카운티의 행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특별 지구 감독위원회 이사 임명권을 빼앗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특별 지구 지위는 유지하되 특별 지구에 대한 통제권은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의 감독위원회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임명한 새 이사들이 부임하기 직전 지난 2월 특별 지구의 미래 개발 권한을 반영구적으로 디즈니에 부여하는 계약을 통과시켰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디샌티스 주지사는 격분했고 인근에 교도소를 세우겠다는 위협까지 내놨다. 그리고 그가 임명한 이사들이 차지한 새 감독위원회는 급기야 26일 기존 위원회의 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했고, 이 결정이 나온 지 몇 분 만에 디즈니는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AFPBBNews=뉴스1


디샌티스, '反동성애' 지지층 품었지만…'反기업' 역풍 가능성


디즈니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행동에 대해 '반기업적', '반플로리다적' 행위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의견을 낸 기업을 겨냥해 금전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부당한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가 정치적 이유로 디즈니를 계속 공격한다면 향후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즈니는 향후 10년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 17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한 상태다. 디즈니월드는 현지에서 7만5000명 이상을 고용하며 연간 5000만명 넘는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이번 소송을 두고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뜻을 훼손하고 법망의 밖에서 활동하려는 그들의 바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불행한 사례"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외신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디즈니와 대립하는 게 정치적 무리수가 될 위험을 지적했다. 공화당에서 '반기업적' 이미지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디즈니에 대한 그의 강경한 입장이 성 정체성 등에 예민한 일부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내년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을 만큼 당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 선두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디즈니가 디샌티스 주지사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비꼬면서 디즈니와 디샌티스 주지사의 대립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플로리다의 전 공화당 로비스트인 맥 스티파노비치는 로이터에 "디샌티스가 디즈니와의 분쟁을 너무 크게 키워 정치적 대가를 지불할 위험이 있다"면서 "여기서 더 나아가면 어리석고 옹졸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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