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돌이킬 수 없는 미중관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3.04.27 10:26
체스 /사진=pixabay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라크먼 지난 24일 '미중 전쟁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란 글에서 지난주 워싱턴 D.C.를 방문했는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이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됐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장군들이 중국에 대한 적대행위가 시작될 잠재적인 날짜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영향력 있는 많은 사람들이 미중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본토와 대만의 '통일'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남길 결심을 했으며 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이 2027년까지 군대에 준비 태세를 갖추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중국과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중국과 관계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전략적 안정화"이다. 문제는 협력과 공조를 통한 미중관계의 안정화는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0일 존스홉킨스대에서 '미중 경제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도 드러났다. 옐런 장관은 "미국 경제를 중국 경제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미국은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중국과 무역이 가장 많다며 "규칙을 지키며 성장하는 중국은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켜야 할 규칙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의 국가 안보 이익을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건강한 경제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 시대의 긴급한 글로벌 도전에 대해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첫번째 규칙부터 중국은 견제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조치이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견제일 뿐이다.

이 때문에 FT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지난 25일 '미중관계가 무서운 새 시대에 들어섰다'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안보와 중국에 대한 견제는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쪽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시도하는 노력이 다른 쪽은 더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7일 "미국 측이 제동을 걸지 않고 계속 잘못된 길로 간다면 양국간 대결과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FT의 칼럼니스트인 라크먼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해 잠재적으로 모색하는 모델이 냉전이라고 소개했다. 양대 강대국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면서도 군사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을 지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선'조차도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만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가 자국 내부 문제일 뿐 미국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 넘지 않아야 할 '선'에 대해서조차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국, 호주, 일본, 인도, 필리핀 등 동맹국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잠재적인 도발 가능성을 억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쪽이 상대방에 대한 군사 억지력을 강화하면 상대방은 다시 군사력을 확대해 자국의 안전을 보호하려 한다. 자국의 안보를 위한 조치들이 갈등을 더 고조시켜 대결과 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모순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과 구 소련의 냉전은 결국 구 소련의 몰락으로 끝이 났다. 점점 더 골이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결국 한쪽이 확고한 패권을 장악해야만 끝이 나는 것일까? 그 때까지 비록 살얼음을 걷듯 불안하긴 하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냉전의 기간을 잘 통과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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