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은 권씨를 미국에 보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의 크기'다. 미국은 유기징역 상한선이 없다.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는 각각 죄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다. 연쇄 살인마가 200~300년씩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례뿐만 아니라 경제사범도 마찬가지다. 과거 650억달러(87조)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소장에 테라-루나 폭락사태로 인한 피해금액은 400억 달러(52조원)로 명시했다. '권도형이 미국 재판장에 서면 징역 100년이 넘겠다'는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이유다. 반면 한국은 여러 죄를 저질러도 가장 무거운 죄에 내려질 형벌의 2분의 1까지만 가중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택한다. 최대 형량도 40년이다. 1조 원대 피해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 김재현 씨가 40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반면 국내는 작년 5월 대폭락 사태가 터진 뒤에서야 스테이블 코인과 테라·루나 증권성 판단 검토에 돌입했다. 이마저도 우리 법원은 증권거래법 적용 대상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작년 11월 신현성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코인과 관련한 규제법 제정 전이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자금세탁만 관리하다 보니 규제 공백의 한계가 컸다.
결정적으로 '테라-루나' 사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권 씨는 '한국의 머스크'로 칭송받았다. 루나가 전세계 코인 시총 10위까지 오르면서다. 언론은 앞다퉈 그를 조명했고, 정치권과 지자체는 권 씨와 만나 공동 프로젝트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수사당국의 의지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졌다.
그렇다면 강력한 사전규제가 정답일까.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핵심으로 탄생했다. 업계가 똘똘 뭉쳐 대응 단체를 만드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차라리 테라·루나와 관계된 헤지펀드와 VC, 업체들이 각자 '입'을 여는 게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정 능력을 상실한 곳에 규제가 침투하면 자율성마저 점령당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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