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안 팔리는데 뭔 수수료가…고심 깊어지는 홈쇼핑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 2023.04.26 15:11
홈쇼핑 업계의 부진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도맡았던 홈쇼핑 업체들이지만 이제는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가 돼버렸다. 특히 전반적인 불황으로 송출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송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홈쇼핑·T커머스 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대부분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홈쇼핑 업계의 불황이 올해도 계속되면서다. A홈쇼핑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3년 만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도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 호황을 누리는 듯 보였지만 엔데믹 이후 다시 역성장하고 있다. 홈쇼핑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들이 점차 줄고 있어서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일평균 TV이용시간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 3시간09분으로 잠깐 늘었으나 2022년 3시간03분으로 다시 코로나19 이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시청시간이 감소하면서 덩달아 국내 주요 홈쇼핑사들의 실적도 악화했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3% 증가한 2조1013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20.5% 감소해 1114억원을 기록했다. CJ온스타일은 매출 1조3533억원, 영업이익 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39.7% 감소했다. 롯데홈쇼핑도 매출 1조78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 23.5% 줄었다.

올해도 고금리, 고물가 영향에 홈쇼핑 업계의 불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쇼핑 주요 소비자인 중산층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홈쇼핑 업체들은 이미 지난 1분기, 월별 실적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년 인상하던 송출 수수료를 이제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사업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2016년 36.6%에서 2021년 58.9%까지 증가했는데, 업황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더는 비중을 늘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만큼 이를 토대로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특히 유료방송 사업자에서 인질로 삼았던 채널 결정권이 이제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공중파 방송과 비슷한 순서에 있을수록 매출이 좋은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 종합편성채널의 득세로 그 영향력이 점차 줄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사보다 앞 채널에 오기 위해 눈치를 봐야 했다면 이제는 그런 경향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유료 방송사도 홈쇼핑사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홈쇼핑사의 처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편에서는 올해도 송출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IPTV 가입자 수가 주요 산식 요소인데,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으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올해 송출 수수료 협상 시기는 이르면 8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내 홈쇼핑 산업 역신장에 대한 공감대는 있으나 그럼에도 실제 인하까지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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