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입장에서 국회의원 '김기현'의 이름은 낯설었다. 당내에선 일찌감치 당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지만, 대중들은 그를 잘 몰랐다. 그러던 그가 100% 당원투표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승자가 됐다. 득표율 52.9%. 당원·당협위원장·의원들과 일일이 접촉하는 저인망식 유세로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극복했다. 매사에 성실하고 신중하며 꼼꼼한 성품에 더해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그를 당대표 자리로 이끌었다.
김재원, 태영호 등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는 '김기현 리더십'에 생채기를 냈다. 정적들은 벌써부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론에 군불을 땐다. 김 대표는 굳이 그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는다. 기자들의 백브리핑 요청에도 답이 짧다. 단지 원칙을 강조한 원론적인 답변이다.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한 '이벤트'도 딱히 안 보인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게 먼저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조금 더 지켜보자. 7%가 53%가 되는 기적을 이뤄낸 게 김 대표다." 사석에서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여당은 8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라며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바로 걷고 뛸 수 있겠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두 달은 막 퇴원한 환자(국민의힘)의 재활시기였던 셈이다. 김 대표가 말을 줄인 건 그 때문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다. 높이 뛰기 위해선 웅크릴 줄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당 사무처 조직 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했다. 당의 기강을 잡을 윤리위원회와 당무감사위원회도 꾸렸다. 당정대(당, 정부, 대통령실) 협의 구조도 차츰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이제 당의 정책, 정무기능도 빠르게 정상화할 것이다. '김기현 리더십'의 토대는 얼추 만들어진 모습이다. 당장 윤리위와 당무감사위를 통한 당 기강 잡기가 급선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외부 세력에게 휘둘릴 여유는 없다. 당의 기강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 그래야 공천 등 내년 총선 준비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다. 김기현의 진짜 리더십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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