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국보호주의 심화 속 건기식 시장, 자생식물이 대안

머니투데이 정현묵 코스맥스바이오 R&I센터장 | 2023.04.26 05:10
정현묵 코스맥스바이오 R&I센터장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부터 미·중 무역 분쟁 등 자국 보호주의는 최근 수년간 심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와 탄소중립산업법(NZIA) 역시 유럽판 IRA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일부 아세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광물 등 자국의 대표 자원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가별 '자원 무기화'도 가시화하는 중이다.

생물 자원에 대해선 이미 2010년 채택된 '나고야 의정서'가 자국 보호주의를 촉발했다. 나고야 의정서의 핵심은 다른 국가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해 이익을 냈을 경우 자원국 법령에 맞춘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 자원이 풍부한 중국은 로열티를 최대 10%까지 지급해야 하는 조례를 입법 예고 중이다.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계가 자생식물을 이용한 개별인정형 원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코스맥스바이오 역시 차즈기, 토종 수국 등 자생식물을 이용한 기능성 원료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자생식물을 활용한 소재는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재 인지도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밀크시슬,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등 기능성별 글로벌 인기 원료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고시 원료로 등록돼 있어 누구나 취급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대명사 격 원료들은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도 쉬워 동일 성분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자생식물 연구 기업·기관에 몇 가지 조언을 건네고자 한다. 가장 먼저 검토할 것은 안전성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하는 것으로 섭취 근거가 있더라도 해외 섭취 근거가 미비하면 반드시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자생식물을 이용한 원료로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려면 안정적인 원물 공급이 필수적이다. 한반도는 산지가 많고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지형·기후적 제약으로 대량으로 농산물을 재배하기 어렵다. 소재 연구에 사용하는 희소성 있는 소재들은 재배 경험이 적어 대량 재배에 어려움을 더한다.


또한 최소 2년 이상 시험 재배를 통해 지표성분 함량이 적합한 수확 시기를 확인하고 면적당 수확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재배법을 설정해야 한다. 이 결과를 통해 원재료의 가격을 새로 산출해 초기 개발단계에서 검토된 경제성을 검증해야 한다.

짧은 시기에 많은 양의 원물 수확과 건조가 이뤄져야 하므로 계약 재배 시 사전에 수확 방법(기계화), 대형건조장 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가 미흡할 경우 최종 원료 가격이 시장경쟁력이 없을 정도로 상승하게 된다.

애초에 목표하는 효능을 가진 자생식물을 발굴하는 것도 난제다. 다행히 최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생물자원 유용성을 예측하는 분석 결과를 선보였다.

이처럼 자생식물을 이용한 소재 개발은 글로벌 인기 소재나 해외 인지도가 높은 슈퍼 푸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를 갖는다. 그런데도 심화하는 자국 보호주의의 대안은 자생식물을 가리키고 있다. 해외 자원 의존도를 낮춰야 한국이 로열티와 자원 무기화에 휘둘리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생식물의 글로벌화를 통해 우리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소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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