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직원들에 "정부랑 일하면 끌려다닌다는 프레임 떠나야"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23.04.24 17:15

"금리인상, 의도한 효과 내고 있어"
"한미정상회담서 통화스와프 논의 기대 안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합별관 준공기념식을 기념해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한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 직원들을 향해 정부와의 대화 및 정책 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와 정책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에 끌려다닌 것이라는 과거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지적이다.

지난 1년 반동안 계속된 금리인상과 관련해선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오는 26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룰 만한 현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24일 한은 통합별관 준공기념식 전 기자들과 만나 "(한은 직원들이) 정부랑 같이 일하면서 정부에 우리(한은)의 의견을 이야기 해 (논의를) 끌고 갔으면 한다"며 "그러면서 비둘기파가 돼야 할 때는 비둘기파가 되고 매파가 돼야 할 때는 매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둘기파는 안 좋은 거고 매파는 좋은 것이라는, 그리고 정부랑 만나면 끌려다닌다는 생각은 이 건물(통합별관)에 오면서 털어버렸으면 좋겠다"며 "역사적으로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한은 직원들이 그 프레임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이 총재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개혁 과제를 포함한 우리나라 구조개혁 문제에 앞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한은 총재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더 웨이트(weight·무게)가 가있었지만 시장이 안정되고 경제에 있어 중장기적인 (구조적) 문제가 더 중요해지면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취임 당시 정부와 협력을 강조했는데 하반기 이후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있을 텐데 소신껏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시장상황이 변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있어 가장 좋은 방향을 금통위원들과 결정해서 할 것"이라며 "제 소신을 말씀드리고 금통위원도 본인의 소신 말하면고 거기서 가장 좋은 방향을 이끌어 내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합별관 준공기념식을 기념해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한은
이 총재는 최근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아 통화긴축 효과를 반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한은이 금리를 올렸는데 시장이 고통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 상태에 있겠나"라며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예상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틀에서 말씀드리면 의도한 긴축 효과를 내고 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초단기금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콜금리는 과거 밴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통화안정증권(통안채) 1~3개월물이 예상보다 많이 내려서 어떤 요인인지 볼 필요가 있다"며 "초단기 통안채 금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 바깥으로 나왔기에 그것들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시장 전달 매커니즘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최근 전세사기 문제 이면에 가파르게 오른 금리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전세 문제가 집값이 떨어지면서 발생했으니까 고금리가 원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물가가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물가를 잡지 않고선 더 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데 대해선 말을 아끼며 "환율은 유심히 보고 있다"고만 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통화스와프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우린 채권국"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자꾸 (한미 통화스와프) 얘기를 하면 바깥에서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볼까 오히려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은 통합별관 2층 벽면에 붙은 '물가안정' 현판/사진=박광범 기자
한편 이 총재는 통합별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로 입구 로비를 꼽았다. 이 총재는 "계단이 둥글게 돼있어 직원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아래에서 스피치를 하면 관객들이 계단형으로 내려다 볼 수도 있다"며 "강당보다 로비에서 행사를 하면 효과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한은 본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던 '물가안정' 현판은 통합별관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들이 오가며 가장 잘 보이면서도 미적으로 잘 어울리는 곳으로 이 총재가 점찍은 장소라는 후문이다.

취임 1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 1년 예상 밖으로 물가도 많이 오르고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에 문제가 있어 굉장히 정신 없이 보냈다"며 "물가와 금융안정 등을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 1년의 의미가 별로 없는 거 같고 국내외적으로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기가 지나면 그때 소회를 밝히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한은 통합별관 로비 전경/사진=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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