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이렇게 많은 K-콘텐츠는 필요 없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23.04.25 05:45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난 12일 공시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의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 신한회계법인은 이처럼 기재했다. 구독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줄곧 늘렸지만, 정작 구독자는 늘지 않거나 때로는 떠나보내고 있는 국내 OTT의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1년 전만 해도 '1~2년 안에는 흑자를 내지 않겠나'라는 희망을 얘기했다. 하지만 상황은 호전되기는 커녕 더 나빠졌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3사의 영업손실 합계는 2020년 385억원에서 2021년 1568억원, 작년에는 295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이용자 수는 '엔데믹'과 함께 제자리 걸음하거나 오히려 역(逆)으로 향하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국내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외 눈에 띌만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 늘어날수록 적자 폭도 커지는 상황을 수년째 지켜봤음에도 "자전거 페달 밟기를 멈추면 넘어진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내에서 돈을 버는 OTT는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7732억원, 영업이익은 142억원이다. 이마저도 콘텐츠 원가를 조정해 막대한 수익을 해외로 이전하고, 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덜 내려는 '꼼수'란 의혹을 산다. K-콘텐츠 투자도 거침없다. 전 세계 2억3000만 가구의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에는 '가성비' 높은 투자처다.


OTT업계는 요즘이 '이용자만 행복한 시기'라는데 공감한다. 오히려 이용자들은 트렌드를 좇기 위해 봐야 할 작품은 넘쳐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한글 자막에 1.5배속 스트리밍을 택하고, 10회분 드라마를 60분짜리 유튜브 요약본으로 즐기며, 많은 OTT를 다 보려면 비싸서 '누누티비'를 본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콘텐츠 과잉이 낳은 '비정상'의 증거들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K-콘텐츠 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대작으로 경쟁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OTT 업계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하는 '플랫폼 통합'을 실행에 옮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웨이브 모회사인 SK스퀘어의 박정호 부회장도 지난달 취재진에게 "웨이브 콘텐츠가 재미있으면 웨이브에 가입하고, 티빙이 재미있으면 티빙에 가입하는 지금은 유저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 합종연횡을 통해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대결이 가능한 아시아권 등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 구독자의 범위를 해외로 넓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OTT에는 미래가 없다. 같은 돈을 들여 2억3000만명이 보는 넷플릭스와 수백만 명이 보는 토종 OTT의 승패는 뻔하지 않은가. '뒷배'가 돼 줄 모기업이 없는 왓챠의 위기는 경쟁사에게도 머지 않은 미래다.

변휘 /사진=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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