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경고음 갈수록 커지는 '필수의료 정상화'

머니투데이 천은미 이화여대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 | 2023.04.25 02:02
천은미 이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100만명을 넘었음에도 여전히 주변에서 코로나19로 진단되는 사례를 보게 된다. 확연한 감소 추세 없이 확진자 수가 1만명 이상으로 보고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19는 종식되기보다 감기 유발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토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대다수가 순차적으로 자연면역을 얻으면서 코로나19는 독한 감기 정도로 인식되는 반면 뒤늦게 독감과 호흡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중교통이나 밀집도가 높은 공간에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절기에는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호흡기내과를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데 지난 3년간은 환절기에도 호흡기 환자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내 마스크 자율화 이후 사람간의 접촉이 늘면서 독감과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하게 되고 호흡기환자의 병원진료도 현저히 증가했다.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PCR검사를 시행한 결과 독감, 호흡기세포융합, 감기코로나, 메타뉴모 등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도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박테리아균에 의해 이차 감염이 합병되면서 폐렴으로 악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취약계층인 영유아, 고령층, 면역저하자들은 코로나19가 우세종으로 유행하는 동안 환절기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없어 감염으로 인한 자연면역을 얻지 못한 결과로 바이러스 감염 후 폐렴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영유아를 중심으로 환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전형적인 환절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형태는 코로나19가 더이상 새로운 호흡기감염증이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로 토착화하는 과정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성인 호흡기 감염환자는 증가하더라도 현재 의료역량으로도 대처할 수 있지만 소아 바이러스 감염환자는 코로나19 유행기간에 소아청소년과 전문 의료인력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감염에 가장 취약한 영유아환자들이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영유아들에게 유행하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2세 미만 영유아는 고열, 호흡곤란, 천명음, 의식저하처럼 위험한 임상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위급한 상태를 유발할 수 있고 고령층이나 면역취약계층은 바이러스 감염만으로도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은 건강한 성인조차 임상증상이 악화할 때 적정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중증이나 사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조기치료를 통해 폐렴이나 폐혈증으로 입원, 사망하는 문제를 예방하고 완치할 수 있으므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의 충분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새벽부터 온 가족이 외래에서 진료를 기다리거나 야간에 소아를 치료할 수 있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는 기사를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안정화하면서 유행 이전과 달리 예상하지 못한 필수의료 상황에서 난제들이 발생하자 정부와 언론도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것에 대해 과거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문제점을 제기하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누적된 필수의료의 문제점은 단순히 한두 가지 상황을 보완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다수 의료인은 현재 의료상황의 심각성에 동의할 것이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한 정부지원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반드시 정착돼야 할 의료환경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면으로 떠오른 소아청소년과 사례처럼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더이상 미루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가 상호 이해와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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