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수가 300만원, 쌍꺼풀과 같아…"이러니 외과의사 줄죠"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4.21 14:37

췌장담도학회 이사장의 항변

이진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췌장암 수술의 수가를 높이지 않으면 의사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수가가 같다면 의사 입장에선 췌장암 수술하느니 쌍꺼풀 수술하려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가가 모두 300만원가량으로 같다."

21일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에서 열린 대한췌장담도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학회 이진(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췌장암 수술 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췌장암 수술은 종류에 따라 7~8명이 투입되고 8~12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힘든 데다, 수술 후 며칠 간은 집도의도 환자의 수술 예후를 관찰하느라 발 뻗고 잠들지 못한다"며 "그런데도 그 수술 비용과 쌍꺼풀 수술 비용이 약 300만원으로 같다. 의사 입장에선 쌍꺼풀 수술하고 싶어 하지, 누가 췌장암 수술을 하려 할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도 국내 췌장암 술기는 진화하고 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병원에서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기존엔 3~4개월 시한부를 선고해야 했다면 현재는 18개월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그는 "모든 단계의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현재 10%이지만 3~4년 이내 20~2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 배경으로 초음파내시경 치료 같은 비침습적 치료술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열린 대한췌장담도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전시된 다양한 크기의 담도용 금속 스텐트. / 사진=정심교 기자

21일 열린 대한췌장담도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췌장과 담도 질환의 비침습적 진단·치료 과정이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초음파내시경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췌장과 담도 질환의 비침습적 진단·치료에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의술은 이 분야의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엔 위내시경이 췌장액이 나오는 입구까지는 도달해도 췌장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초음파내시경을 이용하면 이 기구가 위·십이지장을 뚫고 췌장 안까지 직접 도달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과거엔 췌장액이 나오는 길이 막히면 치료법이 없었는데, 초음파내시경을 이용해 췌장까지 들어가면 유도선을 설치해 배액,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정확한 조직을 얻는 게 관건인 암 진단 때 초음파내시경을 활용하면 원하는 조직을 정확하게 채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방법으로 암 조직을 채취한 경우 환자의 세포 특성에 따라 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췌장·담도 질환 수술 수가가 너무 낮아 300만원짜리 수술에 7~8명이 투입돼도 1인당 30만원가량 받는 셈이다. 이 분야에 남아있으려는 외과 의사가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답답하다"며 "정부는 이들 질환의 수가를 올리고 그 대신 환자가 부담하는 비율은 낮춰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 학회는 21~22일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동관에서 '대한췌장담도학회 국제학술대회 2023(IPBM 2023)'을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초음파내시경을 활용한 췌장·담도 질환 진단·치료법, 췌장암·담도암 항암치료의 임상적 가이드라인 등을 공유·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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