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 박모씨(31)의 빈소가 18일 인천 신흥동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박씨의 빈소는 부친과 동생이 지켰다. 오전에는 박씨가 일하던 물류회사 직원들이 조문을 다녀갔다. 오후 3시쯤 한 남성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남성이 울음을 그치자 빈소는 적막만 가득했다. 빈소는 취재진의 출입이 제한됐다.
박씨는 중학교 때까지 원반던지기 선수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가정 형편 탓에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 이후 해머던지기로 종목을 바꿨고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다. 특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평소 살가운 딸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도 자주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수도요금을 못 내는 상황까지 몰렸어도 가족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가 살던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를 기자가 찾았을 때 현관문 앞에 작은 포스트잇 하나가 붙었다. "힘들었을 당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마시고 좋은 곳에서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한 시민이 붙인 것으로 보였다. 문 바로 앞에는 흰 국화꽃들이 줄을 맞춰 놓여있었다. 아파트 현관은 붉고 노란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현수막에는 '건물 전체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입니다'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조직적인 전세 사기로 건물세대 모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박씨는 17일 새벽 2시10분쯤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올해 들어 인천 지역에서만 벌써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모두 '건축왕'으로 불리는 남모씨(61)에게 전세 사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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