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 문을 두드린 임차인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영향으로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8294건으로 지난해 1분기(1886건)보다 339% 급증했다. 임차권 등기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법원 명령을 받아 신청하는 것으로 실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2010년 조사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1만2038건)의 69%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4231건)보다 이미 두 배가량 많다. 월별 신청건수도 매달 최다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1000건을 넘은 뒤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 2081건, 2월 2799건, 3월에는 3414건으로 증가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 미추홀구는 458건으로 집계됐다.인천 부평구 443건, 서구 426건, 남동구 315건 순으로 많았다. 주로 해당 지역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하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건축왕' 등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사기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임차인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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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못받아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 더 늘어날 것…다른 주거 구할 여력 없는 임차인 지원방안도━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전세 거래가격의 하락과 전세사기의 영향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임차권등기 전 전출 신고를 하면 대항력을 잃게 돼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없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차권등기를 하더라도 보증금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다른 주거지를 구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당장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거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거지원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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