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악착같이 갚았지?…빚 깎아줄 때까지 버틴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김남이 기자 | 2023.04.18 05:35
지난해 8월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설명회'에서 권대영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1
"드디어 연체 90일이네요. 그동안 왜 악착같이 갚았나 싶습니다."

"부실차주 축하드려요. 언제부터 연체로 잡히는 건지 조언 부탁드려요."

최대 90% 대출원금을 탕감받는 새출발기금 '부실차주'로 지정되기 위한 '고의연체' 정황이다.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이 신용보증기금(신보) 대위변제 신청 급증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새출발기금 부실차주 조건을 충족하는 방안들이 자세하게 공유되고 있다. 가입자가 130만명 이상인 한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선 연체를 시작하기 전 준비 단계로, 현금을 빼고 주민등록등본상 거주지와 거리가 있는 2금융권 지점에서 통장을 개설하라는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입자 12만명이 넘는 또다른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심을 덜 받기 위해선 은행보다 오히려 카드사 등 2금융권 대출을 연체하는 게 낫고 원금상환 대출 연체부터 하라는 조언 등이 있었다.

새출발기금 출범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고의연체', 도덕적 해이로 보인다. 새출발기금은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90일 이상 연체한 소상공인을 부실차주로 분류하고, 순부채의 60~80% 수준에서 원금을 탕감해 준다. 70세 이상 등 취약차주에 한해선 90%까지 원금을 감면한다.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 출범 전에 고의연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소상공인 신청자의 매출액 대비 연체 금액·기간 등을 파악해 고의연체 차주를 거르고, 채무조정 절차에 돌입했더라도 고의연체가 확인되면 조정을 무효화한다. 차주는 채무 전액을 상환해야 하고, 그 전까진 신규대출이 금지된다. 채무조정 신청도 단 한 번만 가능하게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가 나온 지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소상공인들끼리 정보가 쌓였다"며 "고의연체가 지금은 일부겠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심 절차에 있는 고객 가운데 새출발기금 부실차주 신청할 거니까 추심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새출발기금 신청은 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새출발기금 신청건수는 2560건으로, 지난 2월(1717건) 대비 약 1.5배 늘었다.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 신청액은 3조2402억원이다. 원금 감면 약정은 603명, 395억원이 체결됐다.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4%로 나타났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신청 건수는 지난해부터 1분기까지 꾸준히 상승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는 신보 대위변제 신청이 늘어난 배경에 새출발기금 부실차주 지정을 노린 고의연체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새출발기금 대상 채무에는 신보 등이 지원하는 '보증대출'이 포함돼 있다. 대위변제는 대출 보증기관이 차주 대신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신보는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산 후 새출발기금에 파는데, 결과적으로 차주의 채무가 탕감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지원을 받아야 하니 신보에 대위변제를 신청해 달라'고 적극 요구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은행은 부실이 확인되면 신보에 바로 넘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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