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악성 매크로 프로그램 규제 서둘러야

머니투데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2023.04.18 02:0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캠핑장, 테니스장, 골프장이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온라인 예약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작과 동시에 대부분 마감이 이뤄지는 일이 빈번하면서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매크로란 자동으로 댓글등록이나 쪽지발송 등의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수작업을 통해 이뤄지는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클릭 등의 작업을 사전에 프로그램에 입력 및 저장하고 일정 시간에 해당 프로그램을 자동적,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크로 자체는 불법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실제 매크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악용돼 여러 피해를 낳고 있다.

우선 예매사이트에서 티켓을 독점하고 이를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등 온라인 암표시장을 양산한다. 둘째, 대학 수강신청과 온라인 투표 등에서 이용자의 정당한 선택 또는 한 표의 가치를 왜곡한다. 셋째, 검색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SNS의 실시간 트렌드 등에서도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결국 일반 이용자의 문화체육활동에서 선택권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 여론조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민주사회에서 심각한 병폐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매크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규제입법으로도 이어진다. 국회는 지난 2월 정보통신망에 주문명령을 자동으로 반복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관람권을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지난 1월에는 골프장 예약을 위해 정보통신망에 접속해 주문명령을 자동으로 반복·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얻은 이용권을 되팔지 못하게 하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다만 법안들은 특정한 산업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보다 일반적인 차원에서 규제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는데 매크로가 여기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매크로 자체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지만 용도, 기술구성, 시스템 영향 등을 고려해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보통의 악성프로그램은 바이러스, 웜, 트로이목마, 스파이웨어, 랜섬웨어 등을 의미하는데 매크로는 일부 트래픽 증가를 야기할 뿐이어서 훼손·멸실·변경·위조, 운용방해에 이른다고 볼 수는 없어 이 조항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정보통신망에 주문명령을 자동으로 반복입력하는 등의 방법으로 망 사용의 안정성을 저해함으로써 재산상 이득을 얻거나 혹은 인터넷 이용에 장애를 주는 행위를 '악성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는 조항을 정보통신망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이용약관이나 계약서에 매크로 금지조항을 포함으로써 자율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온라인 예약시스템으로 도입된 선착순 방식이 일부 이용자의 일탈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다. 건전한 온라인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악성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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