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드에서 'OD'란 아이디로 소그룹 대화방에 기밀문서를 공개한 청년 잭 테세이라는 지난 14일(현지시간) FBI에 체포됐다. 기밀문서 유출이 언론에 보도된 후 8일 만이다. FBI는 체포 후 18시간 만에 테세이라를 법정에 세웠다. 이제 갓 21살 청년에게 '간첩혐의'가 적용됐다. 비밀문서 취급 각서를 쓰고 국가보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를 유출해 안보를 해쳤다는 이유다.
미국 같은 글로벌 초강대국에 기밀 자료 유출은 재앙이다. 더구나 미국은 잭 테세이라 전에도 에드워드 스노든, 첼시 매닝 사건 등 지난 13년 동안 세 번의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테세이라 사건의 경우 더 많은 분량의 문서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NYT를 비롯한 외신들은 최초의 문서유출이 지난 1월이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국방부가 사태를 인지(4월 6일)까지 더 많은 정보를 유출할 시간이 충분했다.
테세이라 사건에서 최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품 공급 속도,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 무기의 효율성, 방공 시스템의 상태 등 유출된 정보가 러시아의 자체 작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가 내부정보 공유와 통신을 단속하면 전쟁 기간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유리했던 정보 원천이 제거되거나 무너질 수도 있다.
도·감청 의혹이 보도된 직후 우리 정부는 "미국의 행동이라고 드러난 게 없다", "공개된 자료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한 헌신은 철통같다"며 오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잡음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질까.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이버안보 협력에 관한 별도 문건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한미동맹 70년간 안보 협력이 한반도라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됐다면 앞으로는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넓히겠다는 취지다. 북한이 금융기관 해킹 등 사이버상으로 국내 주요기관을 공격하고 정권 유지를 위한 자금원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하면서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하지만 '세계의 경찰' 미국 내에서 샌 바가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어떻게 2019년에 입대한 하급 주방위군이 최고위급 관리를 위해 준비된 브리핑(그것도 1급 기밀이 담긴)에 접근할 수 있었을까. 9.11 테러 이후 보안 정보가 각 부서 내에 '구획화'돼 있다는 지적이 인 뒤 '공유'가 확산된 탓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번엔 그때와 반대로 정보 공유가 지나치게 방만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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