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시45분쯤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 앞 어린이 보호구역. 서울 서대문경찰서 소속 교통경찰이 비접촉 음주운전 감지기를 한 운전자 가까이 가져다대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알코올 성분이 감지됐다는 뜻이다.
경찰이 "음주하셨냐" 묻자 운전자는 "가글했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 운전자를 하차시켜 생수로 입을 헹구도록 한 뒤 두 차례 더 검사했다. 결과는 파란불, 무알콜 반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감지기에 빨간불이 들어오거나 술 냄새가 상당할 경우 운전자를 하차시켜 재감지한다"며 "감지기는 운전자 주변 공기 중 알코올 성분을 감지하는데 가글에도 반응할 수 있어 입을 헹구게 한 뒤 재차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음주를 한 경우에는 입을 헹구더라도 목 등에 남아 있는 알코올 성분이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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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다음달까지 음주운전·스쿨존 특별단속━
경광봉을 든 경찰관이 차를 멈춰 세우자 운전자들은 익숙한 듯 '후' 숨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경찰관은 "안 부셔도 된다"고 말한 뒤 비접촉 음주운전 감지기를 운전자 주변에 가져가 댔다.
비접촉 감지기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음주 단속 현장에 도입됐다. 이 감지기로 공기 중 알코올 성분을 1차로 측정하고 빨간불이 들어오면 음주측정기로 다시 검사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다.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운전기사도 단속 대상이었다. 이날 단속 구간을 지나던 한 택시기사가 "택시도 단속하냐"고 묻자 경찰은 "차는 예외가 없습니다"고 답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경찰관 12명, 순찰차 5대, 비접촉 음주운전 감지기 12개를 동원해 음주단속을 진행했다. 음주 적발은 1건도 없었다. 세 차례 알코올이 감지됐지만 2명은 가글, 1명은 차량 워셔액으로 인한 오감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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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음주운전 근절 목표로 단속"━
이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음주운전 근절을 목표로 단속을 시작했다"며 "음주 가해자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고 검찰과 협의를 통해 법에서 정한 최고 형량으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현장에 나온 경찰들을 격려하며 "예고 음주 단속도 필요하지만 불시에 전국 어디에서나 경찰이 빈틈 없이 단속을 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통지도 나선 고지선 고은초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아이들에게 (길 건널 때) 양쪽을 살피고 손을 들고 가라고 말하는데 인도에서 사고가 나니 아이들에게 할 말이 없더라"며 "단속을 더 강화해서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이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전국 431개소에서 교통경찰 1642명을 투입해 일제 음주 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55건이 적발됐다. 면허정지 36명, 취소 13명, 측정거부 6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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