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200원' 폐기물의 환골탈태…값비싼 軍 카메라에 장착 된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3.04.12 19:34

화학硏 황에 적은 양의 유기물 섞어 '신소재' 개발…의료·국방 분야서 '적외선 투과 카메라 렌즈'로 활용 전망

한국화학연구원이 황 폐기물을 재활용해 적외선 투과 카메라 렌즈르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 사진=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대량 발생하는 '황 폐기물'을 적외선 투과 고분자 렌즈로 재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1㎏당 200원에 불과한 황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신소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12일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김동균 화학소재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에 이같은 연구 내용을 게재했다. 화학연은 위정재 한양대 교수팀, 이경진 충남대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은 연구 혁신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전 세계적으로 원유 정제과정에서 황 부산물은 연간 7000만톤(t) 발생한다. 특히 황산, 비료, 화약을 활용한 후 황 폐기물에 대한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황 폐기물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정유산업 발달로 자국 내 황 폐기물이 늘어나 폐기물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 연구자들은 황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일환으로 황 폐기물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황이 다량 포함된 소재들은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말랑말랑해지는 물성 탓에 상용화가 어려웠다.

황이 다량 포함된 기존 소재들은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말랑말랑해지는 물성 탓에 잘 휜다(왼쪽). 하지만 한국화학연구원은 황에 적은 양의 유기물을 섞어 신소재를 만드는 화학반응으로 '적외선 투과 고분자 렌즈'를 만들었다. / 사진=한국화학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적외선 투과 '역가황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 역가황 반응이란 황에 적은 양의 유기물을 섞어 신소재를 만드는 화학반응이다. 연구팀은 황에 TVB 가교제를 첨가했다. TVB 가교제는 고분자 사슬 간 연결을 유도하는 물질로, 황에 첨가되면 그물과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

기존의 가교제는 가교제끼리 스스로 단단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가교제 하나당 황 고분자 사슬 여러 개가 묶였다. 하지만 'TVB 가교제'는 가교제끼리 스스로 단단하게 연결되고 유연한 성질의 황 고분자 사슬이 그 주위에 연결돼 미세 상분리 구조의 역가황 고분자 소재를 합성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황 함량 80%의 고분자 신소재 강성을 시험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 안경 렌즈와 유사한 수준인 2기가파스칼(GPa) 가량의 우수한 기계적 강성을 보였다. 또 1.1㎜ 두께의 필름으로 제조 시 기존에 보고된 황 함유 고분자 소재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높은 적외선 투과도를 나타냈다.

개발된 신소재를 몰드에 넣어 고온에서 압축하면 깨끗한 필름을 얻을 수 있다. 사용 중 부서진 소재도 동일 공정을 통해 최초 상태로 되돌려 재활용할 수 있다. 현재 적외선 투과 광학 소재의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들은 모두 주요 원재료가 비싸고 소재를 렌즈로 가공하기도 어렵다. 적외선 투과 렌즈가 장착된 장비는 대부분 고가의 제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향후 상업화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스마트 가전·센서 시스템, 의료·진단용 열감지 카메라, 군수용 야간 감시 카메라 등에 쓰일 전망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연구는 값싼 황 폐기물로부터 황을 함유한 고분자 소재를 합성하는 플랫폼 기술을 만든 것"이라며 "시각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에너지 등 응용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신소재 개발 모식도. / 사진=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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