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구글·애플 매출 ○위"…게임사 순위 마케팅 끝나나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 2023.04.14 05:46

김영식 의원, 앱마켓 매출·다운로드 순위 발표 금지법 발의

구글·애플 앱마켓 매출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
'구글·애플 양대 앱마켓 인기 1위 달성'
'출시 이틀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

새로운 모바일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양대 앱마켓 인기·매출순위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를 홍보·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게임사도 늘고 있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은 서비스 초기 매출이 치솟았다가 점점 하향안정화돼 초반 앱마켓 지표가 성패 가늠자로 여겨진다. 이 순위에 따라 주가도 움직여 "첫 일주일간 앱마켓 상위권에 못 들면 실패한 게임"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이같은 앱마켓 순위 마케팅을 금지하는 법안이 나왔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매출이나 다운로드 수 순위를 표시하지 못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앱 개발사가 해당 순위를 사수하기 위해 구글·애플에만 입점하는 등 앱마켓 시장 쏠림현상이 심화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은 "수수료가 비싼 해외 앱마켓 위주의 콘텐츠 편중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수수료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라며 "주요 게임을 국내 앱마켓에서 유통한다면 연간 수 천억원의 국부 보호가 가능하고 이용자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콘텐츠 개발 종잣돈으로 사용해 K-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모바일 게임업계는 매출이나 이용자 분산을 우려해 원스토어에 신작 입점을 꺼렸다. '구글 매출 1위' 등의 지표를 만들려면 구글플레이만 화력을 집중하는 게 유리해서다. 최근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줄줄이 출시됐지만, 원스토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모바일 게임사가 국산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못하게 했다며 시정명령과 421억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앱마켓 독점 방지법을 제정해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도 "앱마켓 시장의 공정경쟁 및 이용자 선택권 제고를 위해 개정안의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만 앱마켓 순위 없애라" 가능할까


게임업계는 신작 출시 전후로 앱마켓 순위지표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을 해왔다./사진=넥슨
그러나 앱마켓 지표를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온 게임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날마다 신작이 쏟아지는 가운데, 앱마켓 지표만큼 객관적으로 게임 경쟁력을 나타내는 수단도 없어서다.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애플에 '한국에서만 앱마켓 순위를 없애라'고 강제하는 게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한 관계자는 "게임사의 주가나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때도 구글·애플의 지표를 활용한다"라며 "해외 투자자는 국산 앱마켓 접근성이 떨어져 홍보가 아닌 투자유치를 위해서도 글로벌 앱마켓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앱마켓 순위만큼 명확한 흥행척도가 없긴 하다"며 "해외에선 순위가 공개 되는데 국내만 안된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앱마켓 순위를 없애는 것과 원스토어 입점은 별개라는 지적도 있다. 구글·애플에 입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진출'인 만큼 순위를 없애도 글로벌 사업자 선호도는 줄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원스토어는 게임사 유치를 위해 구글·애플(30%)보다 낮은 수수료(20%)를 내세웠지만, 추가 개발·운영비가 드는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게임사의 앱마켓 순위경쟁이 돈을 쓸수록 유리한 'P2W(Pay to Win) 게임'을 양산케 한 만큼 제동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출보단 재미에 초점을 맞춰 이용자 친화적인 게임을 만들었는데 앱마켓 매출 1위에 오르지 못했다면 실패로 간주한다"라며 "개발자 사이에서도 '돈 잘 버는 게임만 만들어야 하나'란 딜레마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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