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든 곰' 비슷한데 "곰표 아니네"…세븐브로이 "포장 바꾸겠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3.04.11 14:59
기존 곰표밀맥주(왼쪽)와 세븐브로이가 지난 3일 발표한 대표밀맥주의 디자인. /사진제공=세븐브로이맥주
2020년 5월 출시돼 3년간 5850만캔이 팔리며 편의점 맥주의 '이종 콜라보(다른 제품군과 협업)' 열풍을 이끈 곰표밀맥주가 상표권 계약 종료 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제품의 직전 제조사였던 세븐브로이맥주가 상표권 입찰에서 탈락한 뒤 자체적으로 출시했다며 공개한 '대표밀맥주'가 곰표밀맥주의 상징인 곰 캐릭터를 활용했고 패키징(포장) 형태가 유사한 까닭이다.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은 사실상 표절이라며 공식 항의했고, 세븐브로이도 이 지적을 받아들여 제품 패키징을 바꾸기로 했다.


세븐브로이 "곰표밀맥주 잘 팔린 이유 맛"이라면서...왜 포장은 비슷하게 했을까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곰표밀맥주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은 지난주 세븐브로이맥주에 상표권 침해를 우려하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다. 시점은 세븐브로이맥주가 곰표밀맥주와의 상표권 계약 종료를 알리며 이 맛을 계승했다는 대표밀맥주를 공개한 지난 3일 직후로 알려졌다.

김강삼 세븐브로이맥주 대표는 대표밀맥주를 공개하며 "곰표밀맥주는 세븐브로이맥주의 양조기술과 역량을 증명한 기회였다. 시작은 곰표라는 브랜드였지만 세븐브로이맥주가 만든 제품의 '맛'이 있었기 때문에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곰표밀맥주가 잘 팔린 이유가 특이한 포장재보다 본연의 맛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기존 곰표밀맥주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시해 구설에 올랐다. 이와 관련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는 "대표밀맥주 공개 전에 미리 법률 자문을 구해 표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 캐릭터 모양을 조금 바꿨고, 곰표를 대표로 바꿨지만 전체적인 패키징 구성은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봐도 상표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맥주와 3년간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었다. 계약 만료를 앞둔 지난 2월 세븐브로이맥주를 비롯한 중소 맥주 제조사들이 상표권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대한제분은 가격, 제품 생산능력 등을 종합 고려해 새로운 제조사를 선정했고 이 업체와 협업해 올 여름 '곰표밀맥주 시즌2'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 곰표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


대한제분 "과도한 상표권 사용액 요구하지 않아...향후 추가 대응 검토"


대한제분 측은 과도한 상표권 사용액을 요구했냐는 지적에 "본업으로 연매출 1조3000억원대를 달성한 견실한 회사"라며 "상표권 사용료는 예상보다 낮고, 이 돈을 받지 않아도 회사 경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곰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 상표권 수익을 위해 협업 상품을 출시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해 연매출 약 330억원 중 곰표밀맥주의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 한강 등 다른 브랜드보다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판매를 중단하면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표절 논란을 일부 감내하더라도 홍보에 나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국 세븐브로이맥주는 대한제분의 항의를 수용해 상품 패키징을 전면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곰 캐릭터를 빼고, 패키징도 기존 곰표밀맥주와 유사한 흰색, 노란색, 녹색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제분 측은 이미 곰표밀맥주와 유사한 패키징으로 대표밀맥주를 홍보했기 때문에 이후 판매량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아직 수정된 패키징을 공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곰표밀맥주 시즌2 판매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며 "향후 판매량 추이를 보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당초 대표밀맥주를 이달 중순 경 출고할 예정이었지만, 패키징 변경 등으로 출시 시점은 이달 말 이후로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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