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짓고 폐업 그 설계사, 광안·올림픽·서해대교 설계했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3.04.10 06:39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분당 정자교 붕괴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자교 설계를 맡았던 업체가 불과 2년 뒤 폐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9일 뉴스1에 따르면 분당 정자교 설계는 당시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의 선두 주자 삼우기술단이 맡았다. 이 업체는 정자교를 1993년 설계하고 두 해 뒤인 1995년 자금난으로 폐업했다. 삼우기술단은 광안대교, 서해대교, 올림픽대교 설계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978년 종합건설용역업체로 출범한 삼우기술단은 중앙고속도로,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사업 등 전국 대형공사 설계와 감리를 수행하며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를 선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5년 주거래은행으로부터 7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폐업했다. 폐업 배경으로는 방만한 경영, 자회사의 경영 악화, 중국 투자 등 무리한 사업 확장 등의 자금난이 꼽혔다.

이번 정자교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보행로에 지지대가 없다는 점이다. 삼우기술단은 '캔틸레버'(Cantilever·보1개의 다리) 형식으로 정자교를 지었는데, 이는 한쪽 끝은 교량에 부착돼 있지만 반대쪽 끝은 밑에서 하중을 받치지 않은 채 설치된 보도교를 뜻한다. 차도 아래에만 교각이 있고 보행로에는 지지대가 없는 것이다. 정자교 보행로가 붕괴하면서 보행자들이 탄천으로 추락했는데, 이 때문에 켄틸레버 건축 방식이 붕괴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당국은 탄천 위를 가로지르는 20개 교량 중 삼우기술단이 설계한 교량이 더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20개 전체 교량 관련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또 정자교와 같은 캔틸레버 공법으로 건설된 16개 교량을 대상으로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물(잭서포트)을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6일 분당신도시 내 교량 긴급안전 점검 현장에서 "한 16개 정도가 교량에 보행 전용 도로에 지지 버팀 다리가 없어서 항시 그런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지난 7일 성남시청과 분당구청, 교량 점검 관련 업체 5곳 등 모두 7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정자교의 유지 및 안전 점검, 보수 공사 진행 상황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5일 오전 9시45분쯤 탄천 정자교가 붕괴하면서 걸어가던 2명이 추락해 4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2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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