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소비절벽과 생산절벽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 2023.04.11 02:03
김성훈 충남대 교수
일본 도호쿠대학에는 '어린이 인구시계'가 있는데 요시다 히로시 교수가 2012년 발표한 연구로 출산율 등의 자료를 가지고 일본에 어린이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는 시점을 알려주는 시계다. 당시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 단 한 명의 어린이가 남게 되는 시점이 3011년 5월이었는데 10년 뒤인 2022년에는 2966년 10월로 시점이 더 당겨졌다. 이는 일본의 출산율이 계속 하락했기 때문인데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3명 수준이다.

우리는 더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0.98명으로 1명 미만으로 떨어진 후 2022년에는 0.78명이 돼 우리나라 어린이가 한 명 남게 되는 시점이 일본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중위 추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데 올해 인구수는 5156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9만명이 감소하는 것으로 경기 동두천시와 과천시 인구수가 각각 9만명과 7만명 정도임을 생각하면 우리의 인구감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이 될 것이다.

한 국가의 인구감소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재해수준으로 다가온다. 먼저 인구감소는 농업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소비감소로 이어지는데 특정 시점에 다다르면 농식품 소비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식품의 소비절벽(food cliff) 시점이 도래한다. 이 경우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는 생산자는 아예 업(業)을 접어야 한다.

한편 인구감소는 농가감소로도 이어지는데 농촌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도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농축산물 생산자의 수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농업의 경우 고령농·은퇴농의 경영이양과 귀농인구 유입, 농업의 기계화 등을 통해 농축산물의 생산절벽은 당분간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농식품의 소비절벽이 생산절벽보다 더 급박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중장기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첫 번째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중시하는 재배방식에서 품질과 친환경성에 초점을 둔 재배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쌀의 경우 식량 자급률이 100%를 넘나들어 유기농을 포함한 친환경 농법이 더 많이 확산해야 한다.


두 번째로 농식품 수출을 확대해 우리나라 농식품의 판매시장을 더 넓혀나가야 한다. 그간의 노력으로 농식품 수출액이 2012년 80억달러에서 2022년 120억달러로 증가했지만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수출물류비 지원이 중단되는 등 어려워지는 수출여건을 극복해나갈 묘수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농업의 기술화를 가속해 농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영농비용을 절감해나가야 한다. 특히 농가인구가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 상황에서 사람의 손을 기계가 대신하는 비중을 높이고 농산물의 생산비용을 줄여 우리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의 어린이 인구시계와 함께 우리 농업의 위기를 알리는 시계의 초침도 점점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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