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 청소년들은 프랜차이즈 카페 화장실에서 마약을 합니다. 감독하는 사람이 없는 코인노래방도 아이들이 주로 마약하는 장소입니다. 누군가 한명이 마약을 구해오면 친구들끼리 모여서 투약하는 거죠."
서초동의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마약류 관련 범죄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10대 의뢰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는 "아무래도 청소년은 돈이 많지 않으니 1회 투약할 분량을 친구들과 나눠 약하게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0대 등 젊은 층의 마약류 관련 범죄는 급증세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류사범은 총 481명에 달한다.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암수범죄율이 최대 30배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결제와 서로 만나지 않고 물건을 주고받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널리 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런 방식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수사기관에 적발될 가능성이 줄면서 마약 유통과 투약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 한 관계자는 "5~6년 전만해도 유흥업소 등에서 암암리에 유통되던 마약이 최근에는 SNS를 통해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거래된다"며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불특정 다수의 중고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나눠주고 아이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리겠다고 부모를 협박한 사건처럼 단순 투약과 유통뿐 아니라 마약을 이용한 연관범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7일 직접 텔레그램으로 판매자 접촉을 시도해봤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텔레그램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자 곧장 답장이 왔다. 믿고 거래를 할만한 사람인지를 확인하거나 나이를 물어보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무슨 약을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LSD, 케타민, 코카인, GHB, 졸피뎀 등이 적힌 시세표를 보내왔다. 필로폰은 0.5g에 40만원, 1g에 70만원이었다. 서울시내 한 번화가 지역명을 이야기하자 "1시간 안으로 받을 수 있다"는 답이 왔다.
그는 "물건을 찾기 쉬운 곳에 던져드린다"며 "무통장 입금이나 비트코인으로 입금해 달라"고 했다. 마약류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계정을 검색해 메시지를 보내고 계좌를 받는 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인구 10만명당 마악류 사범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 범죄 계수'는 2012년 18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5년 23, 2020년 35, 2021년 31까지 올랐다. 계수가 20을 넘어서면 급속한 확산 위협이 있거나 마약 범죄를 통제하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위험 수위를 넘은 지 벌써 10년이 돼 간다는 뜻이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마약과 관련한 통제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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