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참을 수 없는 졸음…춘곤증 꼭 닮은 '당뇨병'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4.06 17:04
봄철의 모든 피로를 춘곤증 탓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극심한 피로감은 단순한 춘곤증이 아닐 수 있어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봄철 졸리는 증상과 함께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피로감, 계단을 올라가거나 빠른 걸음으로 걸을 때 호흡 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밤에 식은땀이 나거나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진료받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춘곤증의 증상은 무엇이고, 춘곤증과 혼동하기 쉬운 질환을 비교해본다.


춘곤증… 4~5월 낮에 졸리고 집중력 떨어져


춘곤증은 봄철에 생기는 생리적인 피로감으로,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에 우리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이 춘곤증인데, 매년 4~5월에 가장 흔하다. 춘곤증은 밤보다 주로 낮에 졸린 게 특징적 증상이다. 업무능력·집중력 떨어지고 두통·소화불량이 동반되기도 한다. 낮에 피로감이 심할 때는 낮잠을 잠깐 자는 게 졸음을 쫓는 데 도움 된다. 단, 낮잠은 20분 이내로 끝내야 한다. 낮에 너무 오래 자면 몸이 수면 리듬으로 바뀌면서 그날 밤 숙면을 방해해 다음 날 더 피곤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어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적절한 수면시간은 7~9시간"이라며 "수면시간이 이보다 적다면 우선 좀 더 많이 자고 낮에 졸린 증상이 없어지는지부터 관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춘곤증을 이기는 방법은 다른 계절의 건강관리 방법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먼저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해야 한다. 봄철에는 상대적으로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체내 비타민 요구량이 증가한다. 신선한 채소·과일에 비타민이 풍부하다. 그중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B군은 콩·현미·보리 등의 잡곡에,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C는 냉이·달래·미나리·도라지 등의 봄나물과 생채소·생과일에 많이 들어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1회에 30분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 실시한다.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 가운데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한다.


기면증… 수업시간 유독 잘 조는 청소년이면 의심


기면병은 주로 청소년기에 발현하는 수면 질환인데, 잠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게 특징이다. 수업 도중 너무 많이 조는 학생이 있다면 기면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상암 교수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훈계를 듣는 등 일반적으로 잠에 빠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존다면 그 학생은 기면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추신경계 내의 하이포크레틴 전달 이상이 기면증의 원인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면병의 또 다른 증상으로는 웃을 때, 감정변화가 심할 때 근육이 갑자기 이완돼 쓰러지거나 온몸이나 신체 일부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탈력 발작', 잠이 들거나 깰 때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 마비(가위눌림)', 잠이 들거나 깰 때 꿈을 꾼 것 같은 '생생한 환각' 등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며, 15분 정도 수면 후 맑은 정신으로 깨어난다.

기면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기면병에 대한 진단이 늦어지면 늦은 만큼 졸음으로 인해 학업 기회를 빼앗기고 학교 성적도 뒤떨어지기 쉽다. 기면증을 진단하기 위해선 1박 2일 동안 수면검사실에 머무르면서 야간 수면 다원 검사와 주간 검사를 연이어 시행한다. 야간 수면 다원 검사에서는 낮 동안 졸음을 초래할 만한 다른 수면 장애가 있는지 확인한다.

기면증은 약물로 치료한다. 낮 동안의 졸음 증상에는 각성제를 사용한다. 최근 사용되는 각성제는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며 효과적이어서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약물 복용 중에도 심하게 졸음이 올 때는 20분 정도 낮잠을 잔다. 탈력 발작, 수면 마비에는 항우울제 계통의 약을 사용한다. 밤에는 규칙적이고 충분히 자는 게 좋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코골이 심하고 오래 자도 피곤


성인·노년 가운데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아주 피곤하고 꾸벅꾸벅 존다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다. 잠잘 때 코골이가 심하거나 호흡이 잠시 멈춘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자신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잠에서 잠시 깨서 숨을 쉬고 다시 잠을 잔다. 이러한 현상이 자는 동안 무호흡증과 번갈아 가며 반복돼 잠을 깊이 잘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환자는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아주 피곤하다고 호소한다. 이들 환자는 대부분 배우자나 동거인의 목격담을 통해 자신의 증상을 알게 된다. 무호흡으로 잠을 깊이 잘 수 없어 낮에 극도로 피로하고 기억력·판단력이 떨어진다. 주의력이 산만해지거나 졸음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

수면무호흡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무호흡으로 인한 저산소증과 교감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활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심혈관계를 망가뜨린다. 결국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꼭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양압호흡기, 구강 내 장치로 나눌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주를 이루며 효과도 좋은 편이다. 어른은 편도선이 많이 큰 경우, 신체 검사상 수술해야 할 정도의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수술이 도움 될 수 있으나 어린이보다는 효과가 떨어진다.



당뇨병… 밥 먹고 난 후 극심한 졸음 쏟아져


당뇨병의 신호 가운데 하나가 '식사 후 참을 수 없는 졸음'이다. 식후 1시간 동안 몸속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 때문이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사 전 공복 상태일 때와 식사 1시간 후의 혈당이 50㎎/㎗ 이상 차이 나는 상태를 가리킨다. 특히 빵·파스타·백미 등 정제된 탄수화물 음식이나 주스·아이스크림 같은 단당류 식품을 먹고 난 후 극심한 졸음이 쏟아진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사람이 밥을 먹으면 음식을 소화·분해·흡수하기 위해 소화기관으로 피가 많이 몰린다. 이에 따라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부족해지면서 누구나 일시적으로 졸리고 피곤해할 수 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기능 문제로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갔다가(고혈당)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이 빠르게 내려가 저혈당을 유발하고, 뇌 속 포도당이 줄어들어 허기가 지고 피로감·어지러움과 함께 식곤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의 비슷한 신호가 '전신 무력감'이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높은 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에너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즉, 몸에서 에너지가 원활하게 이용되지 못해 늘 피곤해한다. 조금만 일해도 예전과 달리 피곤하고, 자고 싶고, 늘어진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혈당 검사 등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Tip. 나도 과수면증? 자가 진단해 보세요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는 '과수면증'은 신경계·내과계 질환 등 원인이 다양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은 기면병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이다. 남들보다 잘 존다면 과연 생리적인 현상인지 병적인 임상증상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자가 진단으로 자신의 졸음 현상을 판단해 병적인 것으로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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