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난장판 된 의료계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3.04.07 05:30
'개판 오 분 전'. 국어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
요즘 의료계를 이 한 마디로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의료계가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때가 또 있었던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는 일할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료원 수십곳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일부 진료과를 폐쇄했다. 최근 대구에선 10대 청소년이 치료해 줄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정이 이런대도 가장 중요한 해법인 의사정원 확대는 의사들의 반대로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중 7명이 의대정원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60%는 의사가 부족하다고도 답했다. '진료 대기시간이 길고 상담이 불충분하다'고 답한 이들도 과반을 훌쩍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는 2.1명이다. 이는 OECD평균 3.7명에 57% 수준이다. 서울을 뺀 지역은 1.8명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요지부동이다. 국민들은 원하지만 의사단체는 "국민들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안된다"고 하는 셈이다.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첫 단추로 의대 정원 확대가 거론되지만 첫 단추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간호사의 권한과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간호법을 둘러싼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의료계 내에서 합종연횡이 벌어졌다. 평상시 사이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던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가 한편이다. 간호사와 간호사를 제외한 비(非)간호사와의 갈등이 된 셈이다. 간호사는 50만명, 비간호사는 400만명이다.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다. 상대편의 권한이 세지면 자신의 권한은 약해지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유사한 영역에서 누군가의 밥그릇이 커지면 내 밥그릇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고 있는 양측의 명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다"로 동일하다. 명분은 같지만 해법은 정반대다. 양측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이 된다고 알려진 날엔 반대하는 쪽은 여의도에서 집회를 연다. 또 간호사들은 간호법을 제정하라며 맞불 집회로 응수한다.


응급구조사의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엔 임상병리사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응급구조사는 응급실에 도착하지 전까지만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심전도 측정은 응급실 내에서 임상병리사들이 하던 일이다. 응급구조사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임상병리사들은 응급구조사가 해당 업무를 할 경우 환자의 안정과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갈등의 명분도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것으로 동일하다.

"국민을 위해서"라며 싸우는 이들 때문에 정작 국민의 건강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난마 처럼 얽혀 있는 문제들을 지금이라도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은 이들의 갈등을 중재할 이가 없다. 의료체계가 병들어가는데 이를 치료해줄 이가 없다면 자가면역체계라도 가동해야 한다.

우선 의사들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모든 논란의 중심엔 의사들이 있다. 다른 직역에 보다 의사들의 변화가 절실한 건 그들이 의료현장을 지휘하는 의료체계의 근간이어서다.

의사들은 피해자고 모든 게 제도와 정부탓이라고 하긴 옹색하다. 우선 협상테이블에 와서 국민들이 선택한 방향으로 결정하는게 맞다. 의사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의 뜻 아닌가. 아니면 '우리도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살아보자'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더 많은 지지를 얻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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