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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우려와 자신감 사이 ━
게임의 법칙은 변하고 있다. 미 정부가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2025년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기 때문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IRA(인플레이션방지법) 가이던스에는 이 '외국 우려 단체'에 대한 세부 내용이 빠졌지만,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이름이 올라올 게 분명하다.
국내 업체들은 일단 '탈중국'이란 숙제가 만만치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의식해 호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북미·남미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확보한 광물을 미국향 배터리에 우선 탑재하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은 11.7% 정도로 추산되고 있기에 반드시 당장 중국산 비중을 '0'으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비중 35.2%에 달하는 유럽이 미국과 비슷한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보다 선제적이고 빠른 '탈중국'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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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막·전해질, 오히려 좋아 ━
중국을 제외하면 전기차용 고급 습식분리막 생산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한국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데블유스코프 △일본의 아사히·도레이 등으로 압축된다. 전해질도 마찬가지다. 중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의 천보·엔캠·솔브레인·동화기업 △일본의 미쓰비시·우베 등만이 남는다. 이중 한국 기업들이 질과 양 면에서 보다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한 곳으로 손꼽힌다.
분리막·전해질은 이번 지침에서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됐다.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의 현지 투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해질 업계는 대부분 북미 투자 계획 수립을 완료한 상태다. 엔켐은 조지아주에 연 2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가동한다. 동시에 테네시·오하이오·미시간 등지에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솔브레인과 동화기업도 내년 하반기부터 현지에서 전해액 생산에 나선다. 솔브레인은 지난달 인디애나주에 생산시설 공사를 시작했다. 동화기업은 상반기 중 테네시주에서 첫삽을 뜰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중국산' 하나만을 갖고 전세계를 상대로 배터리 소재를 팔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며 "각 지역별로 블록화된 밸류체인을 갖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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