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반값"…장바구니 끌고 서울행 지하철 탄 주부들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 2023.04.03 16:21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사진=최지은 기자
"물건이 대형마트보다 좋은데 저렴해서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왔어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이모씨(80)는 서울 관악구에서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했다. 이씨의 장바구니는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으로 벌써 무거웠다. 이씨 물건을 계산하던 상인은 "수원이나 일산, 인천에서 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3일 오전 9시20분 경동시장은 이씨처럼 장바구니를 끌고 온 주부들로 북적였다.

통계청이 지난달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특히 채소류는 7.4% 수산물은 8.3%, 가공식품은 10.4% 반등했다.

이처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물건이 저렴한 곳을 찾아 '원정'을 다니는 주부들이 늘었다. 딸과 함께 경동시장에 온 이금희씨는 성북구에서 경동시장으로 장을 보러 왔다. 이씨가 "기본적으로 2000~3000원은 더 싼 것 같다"고 말하자 딸 장수지씨는 "대형마트도 가긴 하는데 엄마는 항상 여기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동시장을 찾은 이희경(38)씨는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2만원에 파는 샤인머스켓을 경동시장에선 1만원에 샀다"며 "2주에 한 번 정도 경동시장에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오모씨(20대)도 채소와 과일을 꼭 경동시장에서 구매한다. 만두 같은 가공식품은 대형마트가 싸지만 농산물은 재래시장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오씨는 "재래시장에 오면 7000~8000원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채소나 과일을 구매할 땐 일부러 이곳에 온다"고 설명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매대에 달래, 파 등 농산물이 올려져 있다 ./사진=최지은 기자

실제 인근 대형마트에서 파는 농수산물 가격과 비교해보니 재래시장이 훨씬 저렴했다. 경동시장에서 5개 3000원에 파는 오이를 같은 날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는 5개 499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대파 한단은 경동시장이 2000원가량 더 쌌다. 고구마, 당근, 양파 역시 kg당 재래시장이 1000~2000원 저렴했다.


대파, 오이 등을 파는 상인 박모씨(50대)는 "인근에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이 있어 물건이 대량으로 들어오다 보니 가격이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높은 물가에 주머니를 열지 않는 서민들이 많아지며 상인들의 고심이 깊다. 경동시장에서 농산물을 파는 상인 장모씨(50대)는 "이렇게 좋은 대파를 2000원에 팔아도 사람들이 잘 안 산다. 주머니가 닫힌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만 장씨는 유동 인구는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안에 있는 스타벅스 경동1960점 내부./사진=최지은 기자

경동시장에는 젊은층의 발길도 이어진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경동시장 내 경동극장을 개조해 연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을 운영 중이다.

60대 박모씨는 "대형마트와 달리 물건이 포장돼 있거나 하진 않지만 직접 볼 수 있어 경동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라며 "며느리에게 시장 구경 시켜줄 겸 데려왔는데 여기(스타벅스) 와 보자고 해 함께 왔다"고 밝혔다. 경동시장 상인 김모씨(50)는 "젊은 층이 카페에 방문하면서 시장도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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