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쓰레기가 돈 된다"…오픈도 전에 주문 쏟아진 SK 도시유전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3.04.03 14:29

글로벌 식음료 업체 등 SK지오센트릭에 '열분해유 4만~5만톤' 러브콜

SK지오센트릭 '울산 ARC' 부지
아직 삽도 안 뜬 '도시 유전'에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초로 조성할 예정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 '울산 ARC'에서 만들 열분해유에 글로벌 기업들이 선(先) 계약 주문을 앞다퉈 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식음료 업체 A사와 '울산 ARC'에서 만들 예정인 열분해유에 대한 선 판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규모는 약 1만~2만톤 수준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업체 B사, C사 두 곳이 각 1만5000톤 규모의 주문을 SK지오센트릭에 이미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ARC'는 오는 11월 착공에 들어간다. 2025년 완공 후 2026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본격 가동까지 3년이 남은 공장에서 나올 열분해유 물량 확보에 글로벌 기업들이 나선 모양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폐비닐을 일종의 '원유' 상태로 되돌린 것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등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울산 ARC'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연간 약 25만톤(t)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로 추진하고 있다. 비교적 깨끗한 페트(PET) 등의 화학적 재활용뿐만 아니라, 오염된 플라스틱 및 폐비닐의 열분해 처리까지 가능한 종합 단지다.

여기에는 연 10만톤 규모의 열분해유 후처리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SK지오센트릭과 A·B·C사가 협의를 진행 중인 물량이 총 5만톤 내외임을 고려할 때 약 절반 정도의 판매가 이미 가시화된 셈이다. SK지오센트릭은 공장 개장 전까지 재활용 물량의 70%를 선 판매하고, 남은 물량 30%는 시장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당시 '울산 ARC' 사업과 관련해 "이미 선 판매 중"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조만간 몇 건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공급 조건을 면밀히 따진 다음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SK지오센트릭의 열분해유에 이른 주문을 넣고 있는 것은 2025년을 전후로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필수' 규제가 현실화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25%), 펩시코(25%), 네슬레(30%) 등 글로벌 기업들도 2025년을 기준으로 재활용 목표치를 세웠다. 열분해유 등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가 열리면 열분해유는 '도시 유전'이라는 말 그대로 고부가가치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분해유는 원유 정제를 거친 버진(virgin) 납사(나프타)보다 약 2.7배까지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 업계는 SK지오센트릭을 향한 글로벌 업체들의 구애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돈을 벌기 시작하는 시대의 신호탄 격으로 보고 있다. LG화학도 지난달 충남 당진에 열분해유 공장 착공식을 갖고 본격 '도시 유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등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흘러 2025년이 다가올수록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품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대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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