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가 직접 "추모의 마음은 한결 같다"라고 밝혔지만 4.3 추념식 불참을 둘러싼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공세가 거세지는 데다, 김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에 아직 담기지 않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천아용인'(천하람 변호사·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원)팀을 이끌고 제주를 찾는 등 당 안팎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여당을 대표해 김병민 최고위원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일부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것과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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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4.3정신 모독"…金 "민생·엑스포 현안도"━
지난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장소로 제주를 선택하고 지도부가 꾸려진 후 제주를 포함한 범호남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서진(西進) 정책을 펼치는 것과 정반대 행보란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합동연설회를 위해 제주를 찾아 4.3공원을 참배하면서 '아픔과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좋은 나라 만들겠다'라는 방명록을 남기는 등 4.3정신을 기리겠단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가적 당면 과제의 해결이 시급하단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4.3 사건의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오늘 최고위에서도 검은 정장을 입고 동백꽃을 가슴에 달아 추념했다"면서도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사격에 매진했다. 윤 대통령이 "BIE 실사단 방한 일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만큼 여당 대표로서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 등과 실사단을 면담하고 본회의에서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결의안에 이름을 올리며 힘 싣기에 나선 것이다.
엑스포 역시 먹고사는 문제의 연장선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이번 현지 실사는 부산엑스포 유치의 분수령 될 것"이라며 "엑스포의 경제적 효과는 (세계 3대 행사로 꼽히는) 월드컵, 올림픽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우리 당은 월드엑스포 유치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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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천아용인 제주행…태영호 색깔론 부담도━
김 대표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천아용인팀과 함께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최근 여당의 청년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반대급부로 이 전 대표와 천 변호사 등이 부각되는 상황인 터라 이 같은 행보가 민생을 키워드로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김 대표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추념식을 마친 후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김기현 지도부가 복잡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역의 아픔을 다루는 사안에 대해선 여당으로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했다. 천 변호사도 "제주도민들과 전남도민들은 보수정당의 신뢰가 기본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새롭게 시작하는 김기현 지도부도 이준석 전 대표 때 해왔던 전남과 제주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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