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 먼저"…'제주 4.3' 못 간 與 김기현 대표, 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23.04.03 16:07

[the300]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4.3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4.03.
제주 4.3사건 추념식이 3일 열린 가운데 집권여당을 이끄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에서 '민생119' 출범과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분수령이 될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맞이에 매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제주에 총집결한 야당이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한다"라고 비판했지만, 김 대표는 옛 아픔에 공감하되 앞으로 먹고 살 문제에 더 무게를 뒀다.

김 대표가 직접 "추모의 마음은 한결 같다"라고 밝혔지만 4.3 추념식 불참을 둘러싼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공세가 거세지는 데다, 김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에 아직 담기지 않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천아용인'(천하람 변호사·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원)팀을 이끌고 제주를 찾는 등 당 안팎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여당을 대표해 김병민 최고위원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일부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것과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野 "4.3정신 모독"…金 "민생·엑스포 현안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03.
야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2일)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힌다"라고 했다.

지난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장소로 제주를 선택하고 지도부가 꾸려진 후 제주를 포함한 범호남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서진(西進) 정책을 펼치는 것과 정반대 행보란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합동연설회를 위해 제주를 찾아 4.3공원을 참배하면서 '아픔과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좋은 나라 만들겠다'라는 방명록을 남기는 등 4.3정신을 기리겠단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가적 당면 과제의 해결이 시급하단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4.3 사건의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오늘 최고위에서도 검은 정장을 입고 동백꽃을 가슴에 달아 추념했다"면서도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있다"고 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제주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기 전 4·3 영령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2023.04.03.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대내외적 위기 속 민생에 집중할 책임이 있단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김 대표 체제 1호 특별위원회인 '민생 119' 출범식에 참석해 민생 챙기기 속도전을 주문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지원, 근로시간 개편을 포함한 선진 노사문화 조성, 노동개혁 등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해당 일정마다 4.3 추념식을 언급하면서도 민생·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사격에 매진했다. 윤 대통령이 "BIE 실사단 방한 일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만큼 여당 대표로서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 등과 실사단을 면담하고 본회의에서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결의안에 이름을 올리며 힘 싣기에 나선 것이다.


엑스포 역시 먹고사는 문제의 연장선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이번 현지 실사는 부산엑스포 유치의 분수령 될 것"이라며 "엑스포의 경제적 효과는 (세계 3대 행사로 꼽히는) 월드컵, 올림픽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우리 당은 월드엑스포 유치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천아용인 제주행…태영호 색깔론 부담도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2023.04.03.
김 대표가 민생·경제 해결사를 자처하며 4.3 추념식 불참 논란을 진화했지만 잔불은 남아 있다. 4.3 사건을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해 색깔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과 윤 대통령·김 대표의 추념식 불참을 엮은 야권의 공세가 예상된다. 태 최고위원이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야권의 사과 요구에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제주 4.3이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단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천아용인팀과 함께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최근 여당의 청년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반대급부로 이 전 대표와 천 변호사 등이 부각되는 상황인 터라 이 같은 행보가 민생을 키워드로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김 대표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추념식을 마친 후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김기현 지도부가 복잡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역의 아픔을 다루는 사안에 대해선 여당으로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했다. 천 변호사도 "제주도민들과 전남도민들은 보수정당의 신뢰가 기본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새롭게 시작하는 김기현 지도부도 이준석 전 대표 때 해왔던 전남과 제주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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