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전경련의 몰락과 부활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3.04.03 06:00
#1. 2015년 10월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간 계획에 없던 보도자료를 보냈다. '재계, 문화강국을 통한 '코리아프리미엄' 높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16개 그룹이 '재단법인 미르'를 설립하고 코리아프리미엄을 위한 문화강국 허브 구축에 나선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시발점이 된 '미르 재단'의 등장이었다.

#2. 2016년 9월23일, '전경련 출입기자단 추계세미나'가 경기도 여주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며칠 전부터 언론이 미르 재단 등에 대한 의혹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세미나는 친목행사가 아닌 '미르 재단'의 실체를 따져 묻는 취재의 장이 됐다. 당시 전경련 부회장은 "처음에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뒤에 드러난 것은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었다는 것이다.

#3. 2016년 12월28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회원사에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냈다. '전경련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정기총회까지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후임자를 찾지 못해 그는 2023년 2월에야 물러났다.

전경련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불과 1년 만에 무너져 내렸다. 침몰하는 조직의 수장을 맡겠다는 재계 총수는 없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아예 '전경련 패싱'이 이뤄졌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회비 수입이 급감했다. 설상가상 여의도 전경련회관 공실 문제까지 겹치면서 재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인원 감축 조치로 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잃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전경련이 최근 중앙무대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김병준 씨가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을 맡고 나서부터다. 전경련은 최근 대통령 방일 기간 일본 경제계와의 교류 창구 역할을 맡았다. 4월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기간에도 '경제사절단'을 이끈다. 얼마 전 김 대행은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 차 귀국한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제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신 데 대해 기업인들은 마음이 든든하다"며 "재외공관장들도 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과연 전경련은 달라졌을까. 재계는 정경 유착으로 '개점휴업' 상태까지 몰렸던 전경련이 개혁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고, 그 결과 '환골탈태'에 이르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아직 이렇다할 변화를 확인하지 못한 4대 그룹들은 선뜻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되돌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전경련은 내부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알리며 외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신뢰를 잃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다시 얻기 위해서는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렵다. 그런 만큼 전경련이 기업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글로벌 싱크 탱크'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 /사진=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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