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을 늘려 수중에서 은밀하게 북한 내륙을 타격하는 능력을 키운 3600t급 중형잠수함이 본격적으로 건조된다.
방위사업청은 3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장보고-Ⅲ 배치(Batch·같은 종류의 함정 묶음)-Ⅱ 선도함 기공식을 열었다. 기공식은 잠수함 선체를 구성하는 첫 블록을 뼈대인 용골(keel)에 처음 거치하는 행사다. 행사는 첫 블록 거치를 기념하는 촛불점화에 이어 건조 현장의 무사 안전을 기원하는 안전기원문 낭독 등의 순으로 거행됐다.
장보고-Ⅲ 배치-Ⅱ 선도함은 1세대(배치-Ⅰ)인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이어 '2세대 명품 거북선'을 목표로 건조된다.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배치-Ⅱ 3600t급 잠수함은 2021년 8월 해군에 인도된 도산안창호함보다 대형화하면서 SLBM 수직발사관 수량을 6개에서 10개로 늘린 사양을 채택했다. 도산안창호함은 2021년 9월 국내 최초의 수중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배치-Ⅱ는 전투 및 소나체계 성능개선으로 표적탐지 및 처리능력도 향상된다.
북한의 SLBM 발사용 '8·24 영웅함'은 미사일 수직발사관이 1개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장보고-Ⅲ 배치-Ⅱ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전지체계, 수직발사장치를 모두 탑재한 3600톤급 잠수함으로서 현존하는 디젤잠수함 중 가장 우수한 작전능력을 자랑한다"고 했다.
다만 SLBM에 전술핵 탑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핵 비무장국이어서 SLBM 탑재 잠수함의 주요 운용 목적으로 거론되는 '핵 보복' 옵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독자 핵 무장론'이 부상했지만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원천 차단하는 입장을 냈다.
한편 해외 다수의 잠수함 운용 국가가 장보고-Ⅲ 배치-Ⅱ 도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해군, 건조업체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이번 잠수함이 수출 성과를 내고 K-방산 위상을 높이도록 한다는 목표다.
해군 준장(진)인 김태훈 방위사업청 한국형잠수함 사업단장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잠수함 설계 및 건조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며 방산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명품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철저한 사업관리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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