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면 징계기록 알 길 없다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 2023.03.29 16:26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학교폭력(학폭) 가해자들에게 대입 불이익이 가해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고졸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의 학폭 기록은 입시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시뿐 아니라 수시 전형에서조차도 자퇴생의 학폭 기록은 알 수가 없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소재 주요 15개 대학(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2023 전형계획'에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에게 열려있던 수시 전형은 1만6820명 규모다.

이들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28개 중 24개 전형에 검정고시 출신에게 열려있었다. 논술 전형의 경우에도 서울대와 고려대를 제외하곤 대부분 응시가 가능했다.

2017년 헌법재판소가 검정고시 출신의 응시를 제한한 교육대학 수시모집요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검정고시 출신의 수시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21학년도 대입 전형에서부터 검정고시 출신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명문화했다.

하지만 학폭 처분을 받고 고등학교를 그만둔 뒤 검정고시로 대학 입시 자격을 얻는다면 대학 측은 자퇴 이전의 학폭 기록을 알 길이 없다. 검정고시 출신에게 학생부 종합전형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서울 소재 A 대학 관계자는 "학생부 종합전형 응시자에게는 학생부를 조회할 수 있다는 동의를 받고 전산 조회를 하는데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의 이전 학생부를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비교적 경미한 처벌인 '교내 선도'에 해당하는 1~3호 처분이라도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에서의 영향력은 치명적인 만큼 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검정고시가 활용될 수 있다.


전병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 처분을 받은 이후 자퇴한 고등학교 1~2학년생은 총 45명이다. 이들이 받은 처분(중복 가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2호 처분이다. 2호 처분을 받은 자퇴생은 1학년 자퇴생 25명 중 22명, 2학년 자퇴생 20명 중 16명이 2호 처분을 받았다.

검정고시 출신에게 수시 전형 기회가 열린 이후 수능 응시생 중 검정고시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평가원이 발표한 전체 수능 응시자 중 '검정고시 등 기타 수험생 비율'은 2018학년 1.87%였던 것이 2023년 3.1%까지 늘었다. 2019학년 1.9%, 2020학년 2.27%, 2021학년 2.77%, 2022학년 2.8%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었는데 지난해 수능에서 3%대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에 따라 학폭 가해학생이 자퇴 후 검정고시를 응시한 경우 그 기록 역시 대학 입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학폭 징계 이력을 반영하기로 하고 정부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입시전문가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폭 기록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기로 했다면 자퇴생이나 일반 학생에게 똑같은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며 "검정고시 응시생의 자퇴 이전 학생부 기록을 대학에 보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병주 시의원은 "검정고시는 개인사정상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며 "학폭 이력을 숨기거나 대입 입시에 있어 감점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편법이나 다름없으며 추후 교육부 제도 정립을 통해 대학들이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의 학폭 기록 유무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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