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겹쳐쓰고 답변 5만건, 네이버지식인 '녹야' 할아버지 별세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3.03.29 15:15
네이버 '지식iN'(지식인)에서 약 20년간 활동한 '지식인 할아버지' 조광현씨가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사진=뉴스1


Q. 친구랑 놀다가 수업 종 쳐서 뛰어나갔는데 다른 친구가 뛰어 들어와 서로 세게 부딪혔어요. 제가 바로 사과했는데 그 친구가 조용히 째려보더니 입 쪽을 가격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사과하라고 이야기하러 갔다가 욕만 얻어먹고 왔습니다.

A. 사과하라고 얘기하러 갔다가 욕만 얻어먹고 왔으면 됐습니다. 욕값은 다 받는 셈이네요.


네이버(NAVER) '지식iN'(지식인)에서 약 20년간 활동한 '지식인 할아버지' 조광현씨가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7일 밤 10시쯤 서울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경기 김포 태생의 전 치과의사인 고인은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네이버 지식인에서 활동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고인의 네이버 지식인 답변 수는 5만3839건이며, 답변 채택률은 70.5%에 달한다. 고인은 2008년 네이버가 시상하는 '파워지식IN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고인의 우문현답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방송 등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현재 고인의 지식인 등급은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이다. 네이버 지식인 등급은 낮은 것부터 '하수-평민-시민-초수-중수-고수-영웅-지존-초인-식물신-바람신-물신-달신-별신-태양신-은하신-우주신-수호신-절대신'으로 나뉜다.



네이버 '지식iN'(지식인)에서 약 20년간 활동한 '지식인 할아버지' 조광현씨가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사진=네이버 '지식iN' 홈페이지
2017년 2월 건강상 문제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인은 이듬해 10월 블로그를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고인은 "원활하게 활동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여러분의 넓은 이해와 아량 속에 서서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해야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고인은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활동을 재개했다. 시력이 극히 나빠져 글자를 보기 어려웠지만 돋보기 2개를 겹쳐 사용해가며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답변 횟수가 점점 줄었고, 같은 해 3월 고인의 아내이자 서예가였던 늘샘 권오실씨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고인은 같은 해 11월10일 '학교에서 얻어맞았을 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소식이 끊겼다. 그는 학교에서 부딪친 일로 욕만 먹고 왔다는 질문자에게 "됐다. 욕값은 다 받는 셈"이라며 연륜에서 우러난 조언을 건넸다.

고인의 사망 소식에 블로그에는 "더는 선생님의 답변을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선생님의 답변으로 많은 지혜를 얻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등 누리꾼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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