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혼잡하면 '무정차' 통과…"출근해야 하는데 못 내리나요?"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 2023.03.29 16:01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지하철 밀집도가 심각할 경우 무정차 통과를 필수 검토하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정차 통과로 제 때 승하차를 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을 개정해 역사·열차 혼잡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역사와 열차 혼잡도가 심각할 경우 무정차 통과를 필수로 검토하고 혼잡도가 높을 때 지하철 외 다른 교통수단 이용을 권고하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는 것이 개선 방안 골자다.

현재 서울 지하철 4·7·9호선은 출근 시간대(오전 8시~8시30분) 평균 혼잡도가 15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승하차와 환승이 많은 신도림, 잠실, 고속터미널, 강남 등 지하철역 혼잡도도 심각하다.

이에 폐쇄회로(CC)TV와 통신사, 교통카드 데이터 등을 토대로 역사와 열차 혼잡도를 측정해 △보통(130% 이하) △주의(130~150%) △혼잡(150~170%) △심각(170% 이상) 단계로 관리할 방침이다. 역사 혼잡도는 역사 내 승강장이나 계단 등의 적정 인원 대비 이용객 수를, 열차 혼잡도는 열차 탑승 기준 인원 대비 실제 탑승 인원 비율을 말한다.

지하철 승객 안전을 위해 마련된 대책이지만 당장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서울 공덕역에서 광화문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한모씨(29)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은 늘 혼잡한데 갑자기 무정차하고 다음역까지 간다고 하면 지각 걱정에 벌써 아찔하다"며 "지하철은 정확한 시간이 생명인데 출근 시간이 예측되지 않으면 아침마다 스트레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나루역 근처에 사는 김모씨(30)는 "아침에는 전역인 잠실역에서 사람이 꽉 찬 상태로 지하철이 오는데 혼잡도가 높다고 무정차 통과하면 매일 한 정거장 거슬러 올라가 타라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지하철 못 탄 사람들이 버스로 가면 버스 혼잡도도 높아질 텐데 그럼 버스도 무정차하나"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혼잡도에 따른 무정차가 의무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승객의 안전을 위해 무정차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혼잡도 '심각' 단계라고 무조건 무정차라는 뜻은 아니고 열차 승무원과 관제 등이 정말 내려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무정차를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큰 화재가 발생하거나 집회, 야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을 때 무정차를 하기도 하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 혼잡도는 평가를 해왔지만 열차 혼잡도는 그동안 기준이 없었다"며 "철도에서도 사람이 많이 몰려 위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비상대응계획을 구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안전문자 발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고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오는 6월까지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기술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시행은 기술기준 개정안이 고시된 이후 유예기간을 두고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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