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부인 시스템 LSI가 TVOC(총휘발성유기화합물)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TVOC는 발암성을 지닌 독성 화학물질로, 일정 농도 이상일 때 신경계 교란과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페인트와 주유소, 새 집에서 나는 냄새 등을 떠올리면 된다. 삼성전자는 나아가 2년 후인 2025년엔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황 등 총 4개의 후각 센서 기술을 갖출 계획이다. 2030년엔 사람처럼 냄새를 맡고 냄새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은 지난해 테크데이에서 "인간 기능에 근접하는 성능의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며 그 중 하나로 오감을 감지하는 센서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중반 사내 벤처인 C랩이 후각센서에 대한 첫 연구를 시작하고 시스템 LSI의 센서 제품 개발팀이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후 약 10년만에 특정 가스까지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게 됐다.
후각 센서는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으로, 사업장과 가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기체 누출 사고를 사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후각 센서를 개발하는 이유로 유해가스 파악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오폐수 처리와 정화조 처리 작업, 불황성가스(질소, 아르곤 등) 취급 설비 작업뿐만 아니라 용접 작업, 콘크리트 양생 작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유해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2019년엔 한 고등학생이 부산 광안리의 회센터 건물 공중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황화수소에 중독돼 의식을 잃은 후 두 달만에 숨지기도 했다.
후각센서는 인체에서 나는 냄새를 파악해 여러 유형의 암과 질병을 찾아내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암세포가 침범한 장기가 상하면서 암 환자에게는 건강한 사람과는 다소 다른 체취가 나게 되는데, 냄새를 통해 병의 심각도를 진단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 2030년엔 사람의 후각 수준에 도달한 센서를 상용화해 후각센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각 센서가 사람에게 유해한 기체들을 센싱하는 등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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