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급성 알레르기 쇼크…원인은 밥상에?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3.03.29 10:17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들깨가 소아에게 중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식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환자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들깨 알레르기에 대한 임상적, 면역학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보고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정경욱 교수팀은 2016~2019년까지 약 3년간 아주대병원을 포함해 두 곳의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환자 중 들깨를 먹거나 노출 후 2시간 이내 급성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21명의 임상 특성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28.6%)에 해당하는 6명이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에 노출한 이후 갑자기 전신에 발생하는 심한 과민반응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응급 질환이다.

분석 대상인 21명의 평균 연령은 만 3세로 남아가 14명, 나머지는 여아였다. 15명(71.4%)이 아토피피부염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이외에 비염(4명, 19%)과 천식(2명, 9.5%) 순으로 알레르기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 중 18명(85.7%)이 들깨 이외의 다른 식품알레르기가 있었는데 땅콩, 견과류, 과일, 곡물 등 식물성 식품에 의한 알레르기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들깨 알레르기의 원인과 진단법도 제시했다. 들깨 단백을 추출해 진단용 피부반응검사 시약을 자체적으로 제조하고, 이를 통해 효소면역측정법(ELISA)과 IgE 면역블롯을 시행했다.

(사진 왼쪽부터)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정경욱 교수. /사진=아주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 21명 중 15명에게 제조한 시약을 이용해 피부 반응을 검사한 결과 모두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효소면역측정법 실험에서는 18명(85.7%)에서 들깨에 관한 혈청 특이 IgE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면역블롯 결과 분자량 50kDa, 31-35kDa, 14-16kDa의 단백이 들깨 알레르기 환자 50% 이상(11명)의 혈청과 결합하는 것을 확인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진행한 아미노산 염기서열 분석에서 들깨 올레오신을 포함한 8개의 단백이 알레르기 원인 물질로 추정됐다.


들깨는 나물과 죽, 미역국, 감자탕, 삼계탕 등에 두루 쓰이는 음식 재료다. 이수영 교수는 "들깨는 오래전부터 건강식품으로 알려졌지만 소아청소년에서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식품이 될 수 있다"며 "부모들은 자녀에게 처음 들깨를 먹일 때 다른 주요 알레르기 유발 식품과 같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정경욱 교수는 "세계적으로 참깨 알레르기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들깨의 경우 기존에 2편의 단순 증례보고 정도"라며 " 앞으로 원인 단백 확인 및 면역학적 특성 규명 등 추가 연구를 통해 피부검사 시약이나 혈청검사 시약 개발 등 환자 진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Investigational Allergology and Clinical Immunology' 2월호에 '소아 들깨 알레르기의 임상 및 면역학적 특성 규명'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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