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왜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가

머니투데이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 | 2023.04.03 09:12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
청년 스타트업 A사는 대기업 B사로부터 업무협력이라는 반가운 제안을 받는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꿈을 꾸며 A는 B에 시행착오를 통해 고도화해온 자신의 아이디어와 데이터들을 제공하고 기술을 시연했다. 그러나 B는 A와의 사업 진행을 미루다 끝내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1년 후 B가 유사한 사업을 출범한 것이다. 이때 A는 아이디어 침해에 따른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2018년 7월 시행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은 사업 제안, 입찰 공모 등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 침해 행위를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 신설했다. 특허청에는 이에 대한 행정조사·시정권고 권한도 부여했다. 특허청도 이에 맞춰 2018년 12월부터 침해기업에 '도용해 개발한 제품에 대한 생산·사용 중지 및 폐기'를 시정권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정권고는 상대방의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특허청에서 아이디어 침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시정권고를 내려도 피해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아이디어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특허청 외 다른 수사기관을 통해 아이디어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현행법상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행정조사 권한은 특허청에만 부여돼 있다.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도 불가능하다. 민사소송만이 피해기업의 유일한 구제 수단인 상황이다.

분쟁 상대방이 대기업인 경우 민사소송의 길은 더욱 험난하다. 대기업이 분쟁 초기부터 대형로펌을 선임해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과 달리 스타트업은 부담이 크다. 소송에 투입되는 비용, 시간, 노력 등의 현실적 어려움에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스타트업은 경영상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자칫 다른 투자자나 파트너와의 관계도 단절되는 것은 아닌지, 괘씸죄로 시장에 진입 장벽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디어 침해를 인정한 선례가 적어 승소도 어렵다.


전통적으로 저작권법상 아이디어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업 제안, 입찰 공모, 계약교섭 과정 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아이디어는 법의 보호를 받는 지식재산권 지위로 격상됐다. 특허 영업비밀, 상표, 저작권 등의 기존 지식재산권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거래 대상인 것이다. 아이디어 침해의 경우에도 행정조사에 의한 시정명령뿐만 아니라 형사고소가 가능한 구조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기존 지식재산권 침해와 이를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은 외국인은 피부색 등의 모양새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한 권리와 지위를 누리게 된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는 특수한 상황에서 지식재산권이라는 국적을 부여받은 셈이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아이디어 보호의 중요성과 그 침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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