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탈출 이유, 스트레스 아냐"…동물 전문가가 지적한 '이것'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3.03.28 13:18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도로에 나타난 얼룩말 '세로'. /사진=독자제공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도심을 누볐던 얼룩말 세로에 대해 동물 전문가가 "(세로가 보인 행동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수의사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최태규 대표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세로의 탈출을 두고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무언가 결핍이 있다는 신호라서 동물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 행동과 탈출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며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 어떤 행동을 하든 탈출을 막아야 하는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건 비상식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출 이유는 명확하다. 울타리가 부서졌기에 탈출한 것"이라며 "개나 고양이도 문을 열어두면 나간다. 갈 수 있는 곳이라 가는 것이고 이게 얼룩말의 스트레스나 복지 때문에 탈출했다고 보는 건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세로가 탈출 전에 캥거루와 싸우는 등 모습을 보인 점을 두고 "탈출하고 연결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무언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동물에게 '싸웠다', '삐쳤다'는 등 말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적인 예"라며 "가령 동물이 무서워 일상적 행동을 못 하는 것을 보고 삐쳤다고 표현하면 주체인 동물을 탓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 관점"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대공원 측이 세로의 안정을 위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탈출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이 종의 사회적 구성은 암수 한 쌍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야생에서 얼룩말 무리는 지속적으로 이합집산을 하고 무리 안에는 수컷만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컷을 데려오는 일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했을 때는 사이가 좋지 않은 얼룩말이 두 마리로 늘었을 때의 대책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동물원이) 얼룩말을 꼭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훨씬 넓고 관리가 잘 되는 곳에 보내는 방식으로 종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며 "나이를 더 먹기 전 무리에 (다른 동물원의) 얼룩말 무리에 합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2021년에 태어난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는 지난 23일 낮 2시40분쯤 동물원을 탈출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주택가로 나왔다. 세로는 20분 넘게 주택가를 활보하다 동물원에서 1km 정도 떨어진 광진구 구의동 골목길에서 포위돼 탈출 3시간30여분 만에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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