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마저 없었으면…" 줄 이은 급전대출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 2023.03.28 05:00

소액생계비 대출 첫날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오전 9시. 거주지가 경기도 파주시인 40대 김모씨는 생활비 50만원을 지원받기 위해 서울 중구 소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갈수록 불어가는 부모님의 요양병원비가 부담인 상황에서 300만원을 즉시 준다는 말에 내구제 대출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내구제 대출업자는 김씨 몰래 그의 명의로 8개의 휴대폰을 구입했다. 1200만원에 달하는 휴대폰 기기값을 갚기 위해 김씨는 또다른 불법 사금융에도 손을 댔다. 쌓여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김씨는 채권 추심업체에 쫓기고 있다.

전국 47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 대출의 상담과 실행이 본격 시작됐다. 상담 직후 50만원을 받은 김씨는 "이 돈이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돈이라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15.9%라는 금리가 낮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갚을 것"이라며 상환 의지를 내비쳤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만기일시 상환 방식이어서 김씨는 매월 6416원의 이자만 내면 된다.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담을 받을 수 없음에도 생계비가 급해 센터를 방문한 이들도 많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노모씨는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전화를 계속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냥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정부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연체 이력이 있어도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가 하위 20%면 상담 당일 5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의료·주거·교육비 등 특정 목적의 자금이 필요한 경우라면 한 번에 100만원까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 평균 금리는 15.9%지만, 이자를 성실납부하면 6개월마다 2차례에 걸쳐 금리가 3%포인트(p)씩 낮아진다.


대출 상담시 채무조정, 복지, 취업 등과 연계한 종합상담을 통해 차주의 자활을 최대한 돕는다. 이날 상담을 받은 김씨도 추가로 보건복지부의 긴급생계지원제도를 안내받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상담 현장을 점검하고, 상담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분들이 연 수백% 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고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게 돼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3일부터 상담 인력을 추가 투입해 일주일간 375명의 상담 여력을 확충할 것"이라며 "필요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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