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독일?…'뱅크데믹' 공포에 원/달러 환율 1300원대 복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23.03.27 16:04
'뱅크데믹'(Bankdemic·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 공포가 외환시장을 덮쳤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조기 종료 기대감에 하루에 30원 가까이 내린 지 2영업일 만에 다시 1300원대로 복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발 금융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외환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2원 오른 1301.5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날보다 0.2원 오른 1294.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상승폭을 키우더니 오전 9시30분쯤 1300원대를 돌파했다. 장중 한때 1303.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은행 부실화 공포가 급속도로 퍼진 영향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대서양 건너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번지면서다.

앞서 도이체방크 주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5% 가까이 급락하더니 8.53% 하락 마감했다. 도이체방크 신용부도스와프(CDS·5년물 은행채) 프리미엄이 장중 220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만해도 100bp를 밑돌았던 걸 감안하면 2주 새 2배 이상 급등했다. CS 사태 여파로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의 일종인 AT1 채권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상황을 은행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우려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진다는 뜻에서 '뱅크데믹'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WSJ는 특히 뱅크데믹 광풍의 중심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있다고 봤다.


WSJ는 "온라인 뱅킹과 SNS 시대를 맞아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갑작스러운 신뢰 변화에 은행들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조그만 불씨만 있으면 은행 위기가 전염병처럼 세계 어디로든 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종금리 전망을 상향했다'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연은) 총재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도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외국인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04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해 원화 약세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수입업체 결제 수요(달러 매수)를 비롯한 역내 저가매수세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오전 은행 예대율 규제 등 한시적 유동성 규제 완화조치를 오는 6월 말까지 일괄 연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불안 심리를 일부 덜었다. 다만 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퍼지며 원화 약세를 막진 못했다.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오름세로 전환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7일 오전 2시30분 기준(현지시간) 103.2까지 올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한때 101대까지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1주일도 채 안돼 1포인트 넘게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시장 변동성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위기가 다소 소강국면에 접어든 반면 CS사태 여진발 유럽 은행 신용위기가 증폭되고 있어 당분간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미국 등 주요국 신용위기 추이에 따른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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