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는 기초과학, 임상에 대한 지식·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를 말한다. 신약, 진단카트 개발과 같은 바이오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인력이다. 코로나(COVID-19) 대유행 시기, 신종 감염병 예방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화이자, 모더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사람들 모두 의사과학자다.
국내 의사과학자 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 수의 약 1.2%(1300명) 불과하다. 한해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는 약 30명 가량으로, 미국(1700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바이오·헬스 산업이 '수출 1등 효자' 반도체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조사한 '2021년 국내 바이오 산업 생산액'은 20조9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수출액도 증가세다. 2021년 수출액은 11조8598억원으로 전년(10조158억원) 보다 18.0% 늘었다.
이에 따라 의사과학자 육성의 필요성엔 대부분 공감하나 양성법에선 의견이 갈린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과기의전원 설립에 대해 물었더니 대답은 한결 같았다.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꽤 많은 편인데 왜 이 사람들은 이 길(의사과학자)을 택하지 않았나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8년 재생치료제 분야 전문 스타트업을 설립한 의사 출신 A대표는 "지금 의사 중 1~2%만 의사과학자로 돌려도 해결될 일"이라며 "카이스트, 포스텍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도 아마 공중보건의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일부만 남고 다른 데로 다 갈 것"이라며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대표들은 의사과학자들이 꿈을 키워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잘 나가는 굵직한 기업이 있지만 고용인원엔 한계가 있다.
A대표도 "국내에 재생치료제를 전문으로 한 임직원 50명 이상 바이오 기업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의사과학자들이 포텐셜(potential·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취업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장기적 안목의 새 비전을 갖고 국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늘리고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효율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 반도체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우리로선 반도체 다음의 새 먹거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대 쏠림 광풍 속에 의사과학자 부족 문제는 과기의전원 설립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기의전원 설립을 넘어 의사과학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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