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4일 천민얼(陳敏爾) 중국 텐진시 서기와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 등 현지 관계사 핵심 대표들이 총출동했다. 천민얼 서기는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중국공산당 간부다.
중국 톈진에는 삼성전기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카메라모듈 생산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MLCC는 이 회장이 시장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줘 스마트폰·차량용 등 대다수 전자제품에 핵심소재로 쓰인다. 이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 공장과, 삼성SDI 스마트 기기·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2차 전지 공장도 텐진에 있다.
면담에서 이 회장은 중국 내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과 반도체지원법(이하 칩스법, CHIPS Act)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면서도 중국과 대화 창구는 열어두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은 50조원 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주는 조건으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양쪽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소위 '샌드위치 신세'다. 미국은 칩스법 가드레일(안전장치)조항 세부 규정을 통해 중국 등에 10년간 생산 능력의 5%까지만 확대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반면 한원슈 중국 중앙재경위 부주임은 미국 규제를 겨냥해 지난 25일 "중국과 공급망을 단절하는 것은 전 세계를 적대하는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의 4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시설이다. 삼성관계자는 "임직원 격려차원의 현지 방문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같은 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소속 텐진지역 주재원과 중국 법인장들을 만나 해외 근무 애로사항을 듣고 공급망 차질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 현지에서 열린 국제행사에도 참석했지만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부터 3일간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이하 발전포럼)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발전포럼 비공개 세션에 참석했으며, 현장에서 방문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죠"라며 답을 피했다.
발전포럼에는 이 회장 이외에도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와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 고위 인사 100여명과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등이 자리했다. 2000년 시작된 발전포럼은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는 행사다. 참석자들은 리창 신임 중국 총리 등 시진핑 집권 3기를 이끌 중국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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