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車에 하반신 마비…"유기견 출신이라 치료비 못 준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 2023.03.24 17:50
지난 1월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척추가 부러진 강아지 '절미' 모습(왼쪽). 제대로 걸을 수 없어 24일 산책길에는 유모차에 탔다. /사진='절미' 가족 제공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척추가 부러진 강아지 '절미'를 두고 가해자 측 보험사는 치료비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민사상 법적 지위가 '물건'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은 어렵겠으나 민사 소송을 통해 치료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강아지 절미 가족인 임모씨(36)는 24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면허취소 수치의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저와 절미가 타고 있던 차량 왼쪽 부분을 들이받았다"며 "사고로 몸 전체에 큰 중상을 입어 전치 48주 진단을 받았고 절미는 척추가 부러져 뒷다리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사고는 지난 1월26일 밤 10시15분쯤 시흥시 정왕동 옥구공원 앞 삼거리에서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주변 차량까지 추가로 부딪히면서 6중 추돌사고로 이어졌다.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사고 당시 호흡이 없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왼쪽 갈비뼈 12개가 모두 부러졌고 오른쪽 갈비뼈도 2개 부러졌다. 비장도 손상돼 적출 수술을 했다. 치아도 파손됐다. 당시 차 뒷자석에 있던 절미는 척추가 부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뒷다리는 두달째 회복되지 않았다.

임씨는 "사고 이후 절미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태우면 이전과 달리 크게 불안해 한다더라"며 "자동차 경적소리라도 들리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사고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당분간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임씨 치료비에 절미 치료비까지 병원비 부담이 늘어가고 있지만 가해자 렌터카의 보험사 측은 절미 치료비에 대해선 한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법상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대물', 즉 물건이다. 대물 비용은 책정 기준에 따라 합의 금액이 다르긴 하지만 통상 반려동물은 분양비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유기견인 절미의 경우 분양비가 없기 때문에 배상을 할 수 없다는 게 보험사 측 주장이다.


임씨는 "저희는 유기견이라 구매 금액이 없는데 보험 측은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입장"이라며 "(교통사고건) 검찰 송치가 어제서야 됐고 저도 부상이 너무 심해 시간이 좀 걸렸지만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현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이 경우 민사 소송을 통해 반려견 치료비와 위자료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강아지 관련해 (형사) 처벌은 안 되겠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며 "강아지 치료비뿐 아니라 동물 피해로 입은 정신피해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씨는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 발생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입양을 독려하는 추세인데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이유로 배상이 어렵다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려견이 단순히 대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으로 취급받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 전 절미 모습. /사진='절미' 가족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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