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 제3의 권도형을 막으려면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23.03.27 04:50
지난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권 대표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9월 세르비아로 달아났다. 도피 11개월 만에 한국 또는 미국으로 강제 송환을 앞두게 됐다.

권 대표의 테라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UST 가격 급락으로 가치 연동이 깨졌고, UST 가치 유지를 위한 토큰인 루나 역시 폭락했다. UST와 루나는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UST와 루나가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면서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불과 72시간 만에 시가총액 약 51조원이 날아갔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과 불신이 안긴 악영향은 가늠조차 어렵다. 폭락 사태 당시 단 하루(지난해 5월 12일) 만에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2000억달러(약 256조원)가 증발했다.

권 대표가 붙잡이면서 폭락 사태의 진상과 사기·배임·배임증재·유사수신 등 각종 범죄 혐의를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국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권 대표 등 테라폼랩스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신현성 전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며 수사 진행에 난항을 겪었다. 미국 뉴욕 검찰은 23일 권 대표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권 대표 체포 직후 이뤄진 조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 대표가 폭락 사태 이후 3000억원이 넘는 비트코인을 스위스 은행으로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테라 사태를 계기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협의체인 '닥사'가 출범했지만 제2, 제3의 권도형이 나올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하다. 가상자산 규율 공백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부여당은 물론 과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을 약속했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는 법안 심사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정무위는 오는 28일 소위에서 관련 법안들을 상정할 예정이다.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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